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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e-book] 적당히 가까운 사이

by 정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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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0과 1사이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수가 있다는 것을 책은 말해준다. 물론 극단으로 몰아야 할 때도 있겠지만 중간 그 어디 쯤엔가가 적당한 것이고 최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반한 글귀들


세상만사 내 마음 같기만 한 일은 좀처럼 없고 사람에게 실망하기도 지쳐 갈 때쯤에는 그러려니와 아님말고 정신이 필요하다(16/256)



만약 나의 하루가 매우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다면 단언컨대당신 주변의 누군가는 엄청난 배려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평온한 오늘은 누군가의 배려와 친절 없이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25, 26/256)



내 나름대로 외국인을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었지만, 배려라는 게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비단 외국인에게만 그래 왔던 건 아니다. 아주 친밀한 사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계에서 언제나 상대방의 의견이나 요구를 우선시하고 거기에 맞춰 주는 쪽이 편했다. 맏이로 자란 나에게 요구되던 유년기의 핵심 미덕이 양보였던 탓일까. 그게 나에게 익숙하고 유일하다시피 한 교류 방식이기에 편하다고 착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스스로 편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행동하면서도 머리로는 늘상 내가 더 배려한다고 여기는 인식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로도가 높아지고 보상심리만 커질 뿐,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관계가 깊어지지는 못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서로의 욕구를 제대로 맞춰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 입장을 기준으로 삼아서 베푸는 배려는 떄로 그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기도 한다. 가끔은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해서 타인이 나에게 맞춰 볼 기회를 주면 어떨까. 그것이 오히려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생각은 어떤지 말해 주지 않으면 누구도 알지 못하니까.(37, 38/256)



마음을 줬던 인연들에 신경이 쓰이는 것. 당연한 일이란 건 알지만 여전히 괜찮아지지 않는 기억도 있다. 잘 잊을 권리, 잘 잊힐 권리가 절실한 요즘이다.(50/256)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누군가를 싫어나는 일에 쏟기보다는 되도록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아껴 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러니 다시 안 볼 사람에게는 비난의 마음을 잠시 접어 두자(57/256)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냉장고를 몇 번이나 열어 보아도 채울 만한 게 보이지 않는다. 허기진 건 배가 아니라 마음이라서.(62/256)



사소한 선택과 판단을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에서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그것들이 쌓이다 보면 곧 내 존재 자체까지 부정되기 때문이다. 때때로 누군가의 선택을 무조건 수요ㅕㅇ해 주기 어렵더라도 그저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이면 충분할 것이다.(71, 72/256)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종국에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보다 내 의견을 인정받을 때까지 반항하는 데에 몰두하게 된다. 즉 상대의 의견을 꺽고 내 것을 고집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지속되면 스스로의 선택에 확신을 갖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시도하는 것에도 과하게 불안을 느끼고 망설인다. 더 이상 자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I understand you, but ... 상대방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우선 최소한의 이해와 존중의 표현을 먼저 건네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이 그 관계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전해질 것이다.(73, 74/256)



운명이란 수많은 우연중 하나에 부여하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142/256)



어쩌면 무조건 나를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일지도 모른다.(148/256)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남의 마음에 신경을 쏟기보다는 나를 먼저 돌보자. 마음대로 안 되는 일에는 마음 가는대로. 마음은 원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에 앞서 움직이지 말고, 마음이 먼저 가게 두자. 오는 사람에게 편안하게 애정을 주고, 가는 사람에게서 좀 더 담담하게 마음을 거둘 수 있기를.(162/256)



가끔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절대적 고독 상태에 두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혼자를 온몸으로 느껴 본 후에는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필요한 적정량의 고독이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를.(171/256)



사람마다 수용할 수 있느 관계의 한계치가 있어서 가득 찼을 때는 비워 줘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 세상에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은 없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걸러 낼 수 있어야 그 자리에 더 좋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 당장은 허전할지라도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은 떠나보내는 게 맞다. 허기가 무섭다고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를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그 와의 관계에 익숙해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거름망으로 걸러 내야 한다. 내가 희생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는 평등한 관계도, 의미 있는 관계도 아니다.(192-194/256)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면 그 사람과 관련된 것들이 선택적으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비슷한 스타일의 행인을 봐도 웃는 모습이 비슷한 연예인을 봐도 비슷한 향이 스치기만 해도 그 사람이 보인다.(196-198/256)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가 느끼는 결핍의 지점을 타인에게도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작 상대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알고 보면 서로가 같은 마음인데 전하는 방법은 왜 이리 어렵기만 한걸까.(235, 236/256)



사람에게는 각기 다른 결핍의 지점이 있다. 성취감이 고픈 누군가, 인정이 고픈 누군가, 애정이 고픈 누군가... 그런데 모두가 자신이 가진 결핍의 렌즈로 타인의 상황을 바라보니 초점이 엇나간 위로나 조언을 전하기도 한다.(237/256)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만날 때는 반드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난다. 분명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덕분에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을 하고, 교집합을 발견하며 공감하고, 서로 다른 점을 수용해 날갈 수 있다. 그리고 딱 그 깊이만큼 나의 감정과 생각의 지평이 넓어진다.(246/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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