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좌린과 비니의 사진가게
*큰 아이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6
-
벌써 16년 전이다. 당시에 논문 자료에 쓸 사진 자료를 만들어 내느라 이리 저리 많이도 돌아다니던 때였다. 그 즈음에 지금의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사진 찍을 때 참고하라는 의미였겠지만 이 책은 사진술을 다루지 않는다. 408일 세계를 돌아다니며 저자들의 시선을 빼앗은 것들에 대한 사진첩이라 할 수 있다.그 당시에 한 번 읽고 이번엔 큰 아이와 함께 읽었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방송반이 되었다길래 기술적인 면은 배우면 될 것이고 이미지나 영상 관련하여 작가의 영감이랄까?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싶어서 였다. 옛날 추억도 떠오르고, 큰 아이와 사진찍는 얘기도 나누면서 즐겁게 읽었다. 큰 아이가 보편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뚜렷한 감각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 풍경일지라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책에는 이런 말도 쓰여 있다. "항상 좋은 일만 생각하고, 항상 서로를 생각하고, 항상 사랑하는 맘 변치말기!"
*내가 반한 글귀들
자전거의 이미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인간의 이동능력을 확장시켜주는 확장성에도 있지만 기름이나 전기 같은 걸 끊임없이 먹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완결성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 가스통을 실은 자전거, 칠레 발파라이소 2004 좌린 39p
-
독일 창고, 군더더기 하나 없다. 간결하든 하려하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나 야박해서 정겹다. - 눈 덮힌 창고, 독일 헤츠베게 2004 좌린 46p, 47p
-
어떤 대상을 알고자 할 때는 우선 윤곽을 파악하고 다음으로 세부 구조를 분석하여 마지막으로 속성을 밝혀내는 게 공정한 순서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순서를 뒤집어 윤곽만으로 속성을 파악한 후 세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가진 지식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호시탐탐 나에게 사기를 칠 기회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 국회의사당 영국 런던 2004 좌린 64p, 65p
-
물은 아무 색깔도 없기 때문에 모든 색을 띨 수 있다. - 아리비아해의 물결 인도 뭄바이 2004 좌린 70p, 71p
-
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물 위를 걷고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 바닷가 뉴질랜드 파울윈드 곶 2003 좌린 85p
-
도시를 움직이는 거대하고도 복잡한 시설들. 저런 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매일 살고는 있지만 문득 문득 신기하다 - 지하철 5호선 대한민국 서울 2002 좌린 108p, 109p
-
사진을 찍는 것은 무한히 넓은 공간을 손톱만한 프레임에 가둬놓고는 그 속에 반짝이는 것 하나 찾는 것이다. - 천호역 5번 출구 대한민국 서울 2004 좌린 118p
-
각국의 수도는 저마다 특징이 있지만 또한 그 모두를 아우르는 대도시 특유의 느낌이라는 것도 있다. 모여 살기에 적당한 인구를 한참 초과해버렸다는 느낌. 조금씩 버려지고 어딘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는 쓸쓸한 느낌. - 해 저문 거리 영국 런던 2004 좌린 119p
-
알함브라 궁전의 망루, 스페인 그라나다 2003 좌린 184p _ 책에서 재인용
-
망루에서 감시하고 있는 것은 국경 바깥의 적군인가, 성 내부의 주요 인사인가. 동부 전선의 가파른 능선에 자리 잡은 경계 초소, 도심의 골목길에 설치된 폐쇄회로 카메라. 모든 감시의 표적은 결국 나를 향하고 있다 - 알함브라 궁전의 망루, 스페인 그라나다 2003 좌린 184p
-
화이트 크리스마스, 스위스 라우터브룬넨 2004 좌린 185p _ 책에서 재인용
-
여기 라면 집 하나 내고 겨울 내내 스키만 타면 좋겠다. 라면은 잘 끓이는데 스키를 못탄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 스위스 라우터브룬넨 2004 좌린 185p
-
수묵화 같은 풍경, 스위스 라우터브룬넨 2004 좌린 186p _ 책에서 재인용
-
이틀을 내리 쏟아 지더니 문득 그림이 걷히고 맑은 공기가 드러났다 - 수묵화 같은 풍경, 스위스 라우터브룬넨 2004 좌린 186p
-
지은 죄가 얼마나 많았으면 저리도 높이 담을 쌓았을까. - 그뤼에르 성 스위스 그뤼에르 2004 좌린 196p, 197p
-
낡고 지저분한 창이지만 햇빛은 곱게 들어온다 - 창 이집트 카이로 2003 좌린 200p, 2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