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좋은 사람 콤플렉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착한 사람이 되라고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도 하셨다. 어린 나이에 나는 이 모든 말들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어른들께 효도하고, 말썽부리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견뎌내는 것,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것, 거절하지 않고 예 라고 대답하는 것, 인내 해야한다는 것, 배려 해야한다는 것, 베풀어야 한다는 것 등으로 나의 머리속에 자리잡게 되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리고 그렇게 컸다. 이제 좀 나이가 들어 뒤돌아보니 아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바보가 되어 버린것 같기도 하고, 주위에서는 나를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되는 일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고, 후회도 되고 나의 이런 성격에 대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왜, 왜? 라는 질문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컸을까? 물론 하면 안되는 것으로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알고 자라왔기 때문인데, 어느 날 문득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혹시 나도 모르는 콤플렉스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지금아리도 이 책을 읽고서 혹시라도 나의 이와같은 만족스럽지 못한 성격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명한 상담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대표적인 방어기제인 좋은 사람 콤플렉스의 원인과 그 심리학적 해결 방안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우선은 좋은 사람이 되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무던히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좋은 면만 외부로 표출하고 나쁜 면은 과도하게 억압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외부에 드러내지 못하고 오직 남의 시선에 맞춰 끌려 다니는 인생을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사람의 내면에는 미처 표출되지 못한 엄청난 양의 분노가 억압되어 있고, 그 억압된 분노가 서서히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당당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연습을 할 것을 당부한다. 남에게 비춰지는 가짜 나에 치중하다 보면 당당하고 솔직한 진짜 나, 즉 자아는 실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절하지 못하고 착한 척 행동하는 걸로는 온전한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면서 말이다.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해야 인생이 달라진다고도 하였다. 더불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나약한 어린아이의 실체를 똑바로 알고, 왜곡된 사고틀을 허무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하였다. 구구절절, 한 문장 한 문장이 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굳어져 버린 나의 생각과 몸이 기억하고 있는 행동들을 쉽게 바꿔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러한 콤플렉스를 해치고 나와서 내가 원하는, 진짜 나를 발견해 보고 싶다.그렇게 할 수 있다는 다짐을 담아 책 속의 몇 몇 구절을 기록해 본다.
- 책 속에서 -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에 너무 얽매인 탓에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심한 성격과 낮은 자존감은 어릴 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밑에서 살던 시절에는 어려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나약한 데다 아는 것도 별로 없었으며 정체성도 흐릿했다. 때로는 부모님이 '너는 특별하다'는 점을 암시하려고 노력했겠지만, 실은 우리의 감정과 기분, 생각, 욕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적도 많았다. 말을 걸지 않으면 입은 다물고 있어야 하고, 주는 것은 뭐든지 받아야 하며, 시키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거나 때로는 우리가 방해가 된다는 점을 주입시켰을지도 모른다.
최선의 삶은 자기하기 나름이다. 다시 말해 염두해 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따금식 '나의 가치관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꼭 그래야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자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은 '이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 나는 건전하고 기대해봄직한 희망을 좇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자. 인생은 짧고 허비하기도 쉽지만 앞선 질문의 답변을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예전과는 다른 각오를 갖게 될 것이다.
부탁을 들어주는 것과 거절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되는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무엇인지, 득보다는 실이 큰 쪽은 무엇인지, 오랫동안 질질 끌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자문해보면 된다. 그 중 하나(혹은 둘 이상)를 정했다면 가능한 한 나머지 것들에서 빨리 손을 떼는 편이 낫다. 결정에 따라 타인이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이를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솔직히 털어놓고 '포기하지 않으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고 떳떳이 밝히면 된다. 또한 중요한 일을 갑자기 떠안았으나 포기하기가 망설여진다면 다른 일을 제거하면 된다. 물론 일정을 무리하게 짜도 쓰트레스가 순식간에 좌절감으로 변하지는 않지만, 일처리는 상당히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만족스럼 삶을 영위하려면 중용과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감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의견을 적어두는 방법을 써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나쁘다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어리석고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으며, 이를 적어두는 습관을 들인다면 생각이 맑아져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