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나는 그렇게도 지도를 살폈다. 운전하는 것 자체를 좋아 하기도 했지만 어디를 가볼까 하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책에서만 봐왔던 곳들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렇게 지도를 살폈고, 그렇게 떠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전도에서 부터 각 지역의 관광안내지도까지 네비게이션이 유행하기 전까지 그러한 지도들을 시시때때로 모으기도 했다. 한 두해가 지나면 또 다시 개발되는 곳도 생겨났고, 새로운 관광지들이 생겨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요즘에는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가는 일이 당연시 되어 쉽고 빠르게 원하는 곳들을 찾아갈 수 있지만 그 옛날처럼 가슴이 뛰거나 설렘은 덜해지는 것 같다. 아직 못 가 본 길이 갈 길이라는 말, 가슴이 뛰어서 지도를 그린다는 말.. 정말 가슴이 뛴다. 팬데믹이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지도 한 장 펼쳐놓고 가고 싶은 곳곳에 점이라도 찍어 봐야겠다. 집 안에 지도가 남아 있으려나? 없으면 없는데로 아이들의 사회과부도라도 찾아 봐야지.
*내가 반한 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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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도 벗었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요/ 아, 또 어디를 가려고?/ 아 갈 데가 따로 있습니까? 아직 못 가 본 길이 갈 길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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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꼭대기에서 산이 시작되나, 오르면 더 큰 산이 가로막고 저 굽이에서 물이 시작되나, 가 보면 더 큰 물줄기를 만난다. 물은 물대로 산은 산대로 제작기 이어져 끝이 없고 그래서 길도 길대로 이어져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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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만 발을 딛고선 온전한 땅 모양을 그리는 덴 절대 한계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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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건, 장사를 하건 길이란 것이 항상 곧은 길로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 소인놈 지도가 필요한 백성들이언제든지 쓰게 할 일념으로 만든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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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지도를 그리려 했소? / 가슴이 뛰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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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신분도 없고 귀천도 없다. 다만 길을 가는 자만 있을 뿐. 길 위에 있을 때 나는 늘 자유로웠고 그 길을 지도에 옮겨 놓을 꿈에 평생 가슴이 뛰었다. 어쩌면 채우지 못한꿈으로 그칠지라도 살아 숨 쉬는 한 나는 꿈꾸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