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술하면 생각나는 위인 두 사람이 있다. 송강 정철, 그리고 윈스턴 처칠이다. 처칠은 '술이 내게서 앗아간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더 많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고, 정철은 한 잔 먹세그려 라는 시조를 남겼는데, 이렇게 시작한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꺽어 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그려. 참으로 애주가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쓰여지게 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어느 날, 술집에 가게 되었는데, 바텐더가 그러더란다. 저자가 역사학자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 한 사건이었겠지만, 술에도 역사가 있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을 했고, 이에 저자는 그것을 풀어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술의 역사를 찾아보게 되었다는 것이 책에 나와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술도 좋아하고 술자리도 좋아 하는지라 이 책의 존재를 알고나서는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보니 술은 원재료와 증류방법 그리고 숙성방법과 보관 용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효와 살균방식이 술의 맛을 좌우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명한 술일수록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술들은 사실 분위기나 장소도 따져야 할 것 같고, 그러다보면 쉽게 즐기기에는 가격이나 시간 등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담없이 지인들과 한 잔 즐길 수 있는 술로는 소주가 제일인 것 같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술 한 잔 하려했더니 지방 출장중이라는 답변으로 돌아와서 그렇구나 하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술에 대한 책을 읽었더니 술 먹으며, 술 얘기를 하고 싶어진다.
내가 반한 글귀들
함무라비 왕(재위 기원전 1792~기원전 1750)이 제정한 282조로 이루어진 ‘함무라비 법전’에는 술집에 관한 규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그 당시 술집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 108조 만일 맥줏집 여주인이 맥주 대금을 곡물로 받지 않고 은으로 받거나 또는 곡물 분량에 비해 맥주의 양을 부족하게 판매한 경우, 여주인에게 벌을 주고 물속에 던진다. 109조 만약 수배 중인 범인이 맥줏집에 숨어들었을 때 이를 숨기고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 맥줏집 여주인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111조 맥줏집의 여주인이 60크아의 맥주를 신용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수확 시에 50크아의 곡물을 외상값으로 받아야 한다. -2장 2.메소포타미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맥주
-
증류주에 허브, 향신료, 과실, 사탕수수, 착색료 등을 첨가하면 혼성주가 된다. 혼성주는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가 불로장생의 술을 만들려고 했던 데에서 유래하며, 수도원에서 약용주로 활발히 만들었으나, 18세기 이후 설탕이 보급되면서 현재와 같이 다종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증류수와 혼성주는 모두 증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약 천수백 년 전에 이슬람 제국에서 사용한 증류 기술이 개량되어 출현한 새로운 종류의 술이다. 증류는 그 자체로 술의 세계를 단숨에 확대한 위대한 혁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증류 기술의 중심에는 말할 것도 없이 증류기가 있다. 원래는 술을 제조하기 위해 고안해낸 기구가 아니고, 금속을 변질시켜 귀금속을 얻기 위한 도구로 연구한 것이었다. -3장 1. 중국 연금술과 그리스 연금술의 결합
-
우리에게 익숙한 버번 잭 다니엘은 미국에서는 테네시 위스키라고 불리며 별도의 취급을 받고 있다. 1866년 약관 열 다섯 살의 잭 다니엘은 테네시주 린치버그에 작은 증류소를 만들었다. 그는 열여덟 살에 사워 매시를 사용한 버번을 고안해냈다. 그가 만든 잭 다니엘은 오늘날 버번의 대표 주자로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버번은 애국심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광고로 미국의 국민 술이란 지위를 차지했다. 광고에 사용한 문구는 프랑스인에게는 브랜디, 네덜란드인에게는 진, 아일랜드인에게는 위스키, 영국인에게는 흑맥주가 있는데, 왜 미국에는 국민적인 술이 없는가? 라는 캐치프레이즈였다. -5장 5.독립전쟁과 버번위스키
-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생산의 장이 되어 인구와 규모가 커졌고, 철도와 증기선에서부터 20세기의 자동차, 항공기에 이르는 교통 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을 대량으로 이동하게 하였다. 술집들이 도시의 밤을 채색해갔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낮과 같이 밝은 기나긴 밤 시간이 생기게 된 것도 술집의 급격한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류는 제2의 낮을 탄생시켰고, 술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을 새롭게 창출하였다. -6장, 1.밤거리를 물들이는 바
-
술집의 기원은 숙박 시설에 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공격했을 때 로마군이 전진하는 방향으로 긴 병참선이 생기면서, 전선에 물자를 보급하기 위한 보금기지와 숙박 시설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인(Inn, 비와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다. ... 술집은 원래 그러한 숙박 시설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술집은 4세기 이후에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술집은 군대 주둔지를 의미하는 게르만의 옛 언어 오베르지 또는 태번 이라고 불렸다. 시간이 경과되어 인은 호텔로, 태번은 레스토랑으로 모습을 바꿨다.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한 13세기 경이 되자 음식 전문 선술집이 분리되는데, 이것은 네덜란드어로 방을 뜻하는 카브레트 에서 유래한 카바레 라고 불리며 각지의 지역 와인을 제공했다. 영국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에일 하우스가 등장하여 15세기 후반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 계보를 잇는 곳이 19세기 이후의 퍼블릭 하우스 라는 선술집, 약자로 펍(Pub) 이다. 펍은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이기도 했다. -6장, 1.밤거리를 물들이는 바
-
프랑스에서는 선술집을 카바레 혹은 타베르뉴 라고 한다. 17세기에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새로운 음료, 커피가 들어오자 순식간에 유럽으로 퍼져 카바레에서도 커피를 제공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분야는 나뉘어, 카라레는 주류를 중심으로 취급하는 가게, 카페는 커피를 중심으로 취급하는 가게로 분리되었다. 산업혁명 후에 도시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자 쇼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홀이 출연하여 카바레라고 불리게 되었다. 호화로운 쇼로 유명한 물랭루주가 대표적이다. 카페도 커피와 함께 주류를 취급할 수 있게 되어 결국 지역 사람들을 위한 술집으로 변모했다. -6장, 1.밤거리를 물들이는 바
-
급속한 서부 개발을 통해 대륙 국가로 성장한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의 전선에 살롱(salon, 프랑스어로 고객이 휴식할 수 있는 장소를 의미)이 사투리가 된 살룬(saloon)이라는 음식점이 확산되었다. 살롱은 이탈리아어 살로네(salone)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프랑스의 건축 용어로 개인 저택 안에 있는 손님 접대용 방을 의미했다. 당시 서부의 음식점에서는 나무 술통에 넣은 위스키를 글라스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객이 주인의 눈을 속여 마음대로 술통에서 술을 꺼내 마시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기 때문에, 업자는 튼튼한 가로 봉(바, bar)을 설치하여 건너편에 있는 손님이 술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계가 된 봉은 이윽고 가로 판으로 바뀌어 대면식 술집으로 변했다. 이것이 바(bar, 술집)이다. 현재 바의 카운터 아래에 발을 올려놓는 봉이 예전 바의 변형이라는 설도 있다. 1830년대가 되자 바와 텐터(tender, 감시자, 심부름꾼)가 한 단어가 되어 바텐더라는 말이 생겼다. 술통을 지켜보는 경호원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19세기 후반이 되면 바텐더를 술집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였다. 이름도 바맨, 바키퍼 등으로 바뀌었다. -6장, 1.밤거리를 물들이는 바
-
상품인 와인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등급을 매길 뿐 아니라, 보드로, 부르고뉴, 로와루, 알자스, 프로방스 등의 원산지 명칭을 통제하는 규제를 만들어 엄격하게 심사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없는 영국 등에서는 너무나도 복잡한 와인과 관련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프렌치 레스토랑에는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지닌 소믈리에가 상주하며 상담해주어야 했다. 소믈리에란 원래 중세 영주가 여행이나 전쟁 길에 나설 때 식료품과 무기 등을 운반해 주던 화물업자를 의미하는 옛 언어 소말리에에 어원을 둔다. 이 말이 변하여 중요한 귀중품을 보관하는 금고지기를 가리키게 되었고, 마침내 와인 창고를 관리하고 보급하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부르게 되었다. 소믈리에는 프랑스에서는 레스토랑 와인 저장고에 있는 와인의 상태를 숙지하고, 고객의 주문과 요청에 응하는 역할을 하며 레스토랑의 권위를 나타내는 존재가 되었다. 와인 문화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이질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안내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이렇듯 문화는 몸이 기억하는 법이고, 다른 문화권의 음주 문화를 익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어렵다. 소믈리에가 필요한 이유이다. -6장, 4.저온 살균으로 세계적인 상품이 된 와인
-
칵테일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세계 각지의 술이나 음료를 혼합하여 교반한 뒤 그때까지 맛볼 수 없던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술인데, 이러한 발상은 합리적이면서도 인공적인 미국의 문화적 풍토와 잘 매치된다. 말하자면 술이 요리로 승화하여 놀이가 된 새로운 문화인 것이다. 다양한 술 문화가 어우러진 칵테일은 ‘샐러드 볼’처럼 이질적인 여러 문화가 병존하는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기에 등장할 수 있었던, 특유의 음주법일지도 모르겠다. 소재가 된 각 나라의 술과 문화는 정체성을 유지한 채 상대적으로 혼합되어, 그 접점에서 칵테일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냈다. 그러나 세계화를 상징하는 이 음주법은 새롭고 다양한 알코올음료를 창조하여 즐거움을 안겨주었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술을 맛보는 깊이 있는 음주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모든 일은 항상 다면적이어서,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6장. 7 글로벌 사회와 칵테일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