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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04. 2019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

웹툰 <로베스의 완전 감각> 리뷰

<로베스의 완전감각>, 네이버 웹툰. 왠지 나 혼자서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올려보는 리뷰. 간단하게 설명하면, 어린 시절 모종의 이유로 모든 감정을 잃어버렸지만 대신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특정한 감정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게 된 '로베스'라는 소년이 '감정절개사'로 일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 녀석이 감정을 제거하기 위해 남의 내면, 만화의 표현을 빌리면 '필드'에 입장해 의인화된 감정들과 싸운다는 연출이 흥미롭다. 특히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이 만화를 위해 작곡된 배경음악들도 깔린다. 마치 게임 음악같이 작곡돼 맛이 더욱 좋다. 감정의 형태와 필요성에 따라 의인화된 모습들이 제각각인데, 이것들을 보면 각각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열심히 공부한 티가 많이 난다.


로베스의 카운터, 또는 보완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태어나자마자 사자들에게 길러지다가 인간 세계로 넘어와 새로이 감정을 배운 '카흐'라는 소녀. 이쯤 되면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제법 명확해진다. 그러니까 이건 감정과 윤리와 도덕에 관한 이야기랄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 물론 아직까지는 조금 아쉬운 감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작가가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하고 돌입한 작품이라는 티는 캐릭터 이름들에서도 보인다. 예컨대 '로베스'는 '로베스피에르'에서 따온 이름이고, 작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은 '엥겔스'다. 최근 화에서는 그람시 베냐민, 에티엔, 키레네 같은 이름들도 나온다. 이들을 통칭하는 이름은 아예 대놓고 '에토스'임. 하지만 거창한 이름들에 비해 캐릭터 구축이 다소 불분명해 보이는 느낌도 있는데, 점점 나아지길 기대하는 중이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도전적이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많다. 그치만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는 작가는 귀한 존재니까.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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