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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05. 2019

우울의 교실

영화 <디태치먼트> 리뷰


이 영화는 실패한 공교육의 현장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섣불리 이 실패의 원인을 탐색해보려 하지 않고, 또한 섣불리 대안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정말 아름답고 고독하게 실패의 현장을 직시한다. 바로 그런 마음이었기에, 이 영화는 단지 '상처받은 아이들'만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교사들', '실패한 부모들'을 함께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이 같은 성취는 <더 와이어> 정도만이 해냈던 것이다. (<더 와이어>의 교사들 역시 '대안'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실패의 대안을 찾아내 그것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일 텐데, 또한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도 영화이기에만 가능한 일일 터다.


누군가 이 영화를 두고 '우울을 이렇게 정확하게 묘사한 영화는 드물다'고 평했는데, 정말로 그렇다.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 활용되는 몽타주 기법과 색채들이 우울의 선을 정말 아름답고 슬프게 잡아낸다.


교육영화(교실영화?)에 계보가 있다면 <코치 카터>, <프리덤 라이터스>,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 <클래스>, <완득이> 같은 영화들이 있을 텐데, 이 영화들은 전부 '진정성을 가진 교사'가 '상처를 가진 학생'들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라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디태치먼트>는 그 같은 접근을 거부 내지 조롱한다. 언뜻 헨리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교실을 바꿀 구세주처럼 등장하는데, 흘러가는 전개는 그런 기대를 산산히 박살내면서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결말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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