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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Mar 21. 2019

경찰의 인종차별, Black Lives Matter

웨스트윙 시즌1 16화

16화는 쉬어가는 느낌의 에피소드이지만 흥미로운 구절이 하나 있어 간단하게 적어본다. 16화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는 대법관 지명자 멘도자에 대한 것이다. 온갖 장소에서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내는 통에 백악관이 압박을 받았고, 이에 주의를 주기 위해 바틀렛은 멘도자를 백악관으로 소환한다. 그런데 우리의 멘도자는 그런 불호령에도 아랑곳 없이 저~ 멀리 서부에서부터 자동차를 '직접' 몰고 오겠단다. 대강 2박3일이 걸리는 로드트립이다. 어쩌겠나, 백악관이 을인데.


그런데 이 멘도자가 어떤 지역에선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경찰은 그의 차가 똑바로 가지 않는 걸 발견하고 음주운전이라 의심해 차를 세웠는데, 멘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감옥에 갇힌 거다. 물론, 경찰은 이 사람이 대법관 지명자인지 몰랐다. (알았으면 달랐을까? 글쎄.) 이 사실을 알게 된 샘과 토비는 기자들이 알아채기 전에 멘도자를 구출하러 한밤중에 경찰서로 달려간다.



한참 길을 헤매다 마침내 만난 멘도자. 그제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는데, 멘도자는 잠시 차를 잘못 몰았을 뿐이고, 음주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음주측정을 왜 거부했느냐? 자, 여기서 Black Lives matter의 중요한 문제가 나온다. 경찰(물론 백인이다)은 흑인이나 라틴계 등 유색인종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백인이 같은 행동을 했을 경우엔 대강 넘어가지만, 흑인이나 라틴계가 운전석에 앉아있음을 알게 되면 필요 이상의 과잉대처를 한다. 종종(정말로, 종종)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사살했다는 기사들이 나오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사건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과잉대처'는 백인의 인종차별이라는 혐의가 깊다. 왜, 오직 유색인종만 과잉대처를 당하는가? 왜 유색인종들이 무장한 것으로 오해되어 경찰에 의해 사살되는가? 흑인이나 라틴계는 범죄와 관련이 깊은 예비 범죄자들이라는 백인들의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멘도자는 라틴계다. 멘도자는 자신의 차가 경찰에 의해 세워진 것이 바로 인종차별적 조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부당한 조치를 거부하기 위해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이다. 그 결과로 유치장에 갇혔고 말이다.


아니, 그래도 좀 유도리 있게 넘어가면 덧나냐고. 당신이 대법관 지명자라고 말했으면 어련히 풀어주지 않았겠냐고. 토비가 그렇게 따졌을 때 멘도자의 대답이 좋았다. 자신이 체포될 때 옆자리엔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만약 내가 나의 특권을 이용한다면 유치장을 나올 수는 있겠지만 내가 당한 인종차별은 정당한 것으로 남아있지 않겠냐, 내 아들이 TV 드라마를 보면 모두 정의로운 경찰들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렇다면 내 아들은 경찰의 행위가 옳았다고 믿을 것이며 내가 특권을 행사했다는 것만 기억할 것 아니냐. 


맞는 말이다. 때로 어떤 일은 "좋게좋게" 하면 당장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해로운 영향으로 이어지고 말 뿐이다. 지금 Black Lives Matter 운동가들이 비무장이라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좋게좋게" 해법을 따르지 않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시위를 벌이는 해법을 따르는 까닭도 그것과 같다. 문제의 근본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흑인은 여전히 잠재적 범죄자로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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