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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01. 2017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잘 알려진 것처럼,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을 폭로한 WP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의 취재기를 담은 1976년 영화. 닉슨이 사임한 1974년에서 고작 2년 지나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 생경하다. 한국에서라면 실제 정치적 사건을 다룬 극 영화는 최소 10년은 지나야 만들 수 있을 게다. 옛날 영화다운 질감에다, 편집을 최소화하고 원 컷에 많은 대사를 담았다. 나는 이 느낌이 좋더라. 최근의 취재영화인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보고 비교하고 싶어졌다.


흥미롭게도 극이 멈춘 지점은 워터게이트 보도에도 불구하고 닉슨이 재선되어 취임선서를 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워터게이트 보도가 닉슨을 궁지로 몰아간 것은 재선 이후다. 욕심을 냈다면 마침내 닉슨이 사임하는 장면을 그려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뉴스룸, 취임식을 중계하는 티비 화면 주위로 WP 기자들이 둥글게 모여있다. 하지만 딱 두 명, 밥과 칼은 티비에는 시선을 전혀 주지 않고 분주하게 타자기만 두드리고 있다. 천천히 기자 둘을 클로즈업 하다가 카메라는 타자기를 잡는다. 재선 이후의 보도들이 하나씩 타자로 처리되고, 마침내 닉슨이 사임했다는 보도를 처리한 뒤 영화는 암전된다.



닉슨이 재선됐을 때 두 기자는 보도를 관둘 수도 있었을 거다. 사람들은 관심을 주지 않고, 자기들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으니. 하지만 그 둘은 좌절도 포기도 않고, 또 그렇다고 강력한 희망을 품지도 않고서 묵묵히 꼬리를 잡아갔다. 워터게이트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고 감독은 판단했으리라. 동의한다. "민주화는 한판 승부가 아니다"라던 한겨레신문의 초창기 광고문구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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