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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19. 2017

웨스트윙 시즌1~2: 시민적 덕성

또 웨스트윙 이야기. 스포일러 있음. 근데 17년 전 드라마에도 스포일러 주의 붙여야 됩니까. 어쨌거나.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시민적 덕성'을 한없이 갈망하게 된다. 여기 나오는 수석보좌관 리오 맥게리는 과거 알코올 중독에다 약물까지 한 사람이다. 드라마 시점에선 치유 중이지만, 기록은 남고, 사람들은 치유 중인지 아닌지엔 별 관심이 없다, 우리의 현실에서 그러하듯. 하지만 의료기록은 기밀이고, 리오가 그런 경력이 있단 건 백악관 핵심 참모들만 아는 사실이다. 


근데 어느날 반대파 국회의원이 이 사실을 폭로한다. 누군가 소스를 넘긴 것이다. 한참 물색을 벌인 결과, 백악관 인사과의 한 여직원이 의료기록을 검토하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유출했음이 드러난다. 이 직원은 공보부수석에 의해 당장 해고당하는데, 리오가 이 직원을 부른다. 그러고는 묻는다. 왜 그랬냐고. 그러자 이 직원은 자기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이었다는 말을 꺼낸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도. 이 말을 들은 리오는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업무에 복귀하라고 지시한다. 


그 직원은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백악관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는 걸, 그는 자신의 시민적 덕성에 비추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거다. 기밀을 유출한 것이 언젠가 적발될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그렇게 해야 했다. 그가 사랑하는 나라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 때문에. 아주 이상적이고 (업무에 복귀한 것까지) 현실에선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지만, 웨스트윙이란 드라마는 그냥 그런 드라마인 것 같다. 여기서나마 올바른 정치를 발견해 행복해지게 하는 그런 드라마.


그리곤 문득 작년의 운동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운동의 언어들도. 이른바 '공적인 것'을 근거로 해서는 더 이상 성공한 운동이 될 수 없는 이 시대 이 사회를 떠올렸다. 누군가는 이미 그리 되어버렸으니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이 조건 속에서 유효한 어떤 논리들ㅡ"이 운동은 너한테 이익이야"ㅡ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해왔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시민적 덕성이란 걸 우린 기대하고 갈망하고 만들어낼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어설프게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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