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미국 워싱턴DC-5)
자유의 여신상은 워낙 유명해서, 이걸 모른다고 하면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 둘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_^)
리버티섬에 자리한 높이 93m의 동상은 프랑스가 독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에 준 선물이다. 편의상 ‘자유의 여신상’이라 말하지만, 진짜 명칭은 ‘민중을 계몽하는 자유’다. 이 추상적인 개념을 ‘여신’으로 형상화했다. 여신은 얼핏 들라크루와의 저 유명한 대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마리안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잭이 철수라면, 프랑스에서 마리안은 영희쯤 된다) 젖가슴이 보이지 않게 튜닉을 단정히 입고, 프랑스의 삼색기 대신 횃불을 치켜올린 정도만 다르다.
자유의 여신상도 처음에 왕관 대신 마리안이 쓴 붉은 프리지아 모자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프리지아 모자가 뭔지는 몰라도, ‘개구쟁이 스머프’들의 모자는 다 알 것이다. 원래 고대 로마에서 해방노예가 쓰던 모자였는데, 후에 자유를 상징하게 되었다. 유럽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쿠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같은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문장이나 국기에 이 모자가 그려진 이유다.
‘승리’ 뒤에 꼭 여신이 따라붙는 것처럼, ‘자유’라는 개념을 곧 여신과 동일시하는 관념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의 영향이다. 그렇게 승리의 여신(그리스에선 니케 혹은 나이키, 로마에선 벡토리아)에서 승리(빅토리)라는 단어가 나오고, 자유의 여신(리베르타스)에서 지금의 자유(리버티)가 유래했다. 동상의 명칭에서 ‘자유’가 여신을 연상시킨다면, ‘계몽’은 여신의 정체성이다. 문자 그대로 빛을 가져오는 여신은 금성을 주관하는 이시스 혹은 이슈타르로 종종 비정된다.
특히나 여신상을 기획, 제작, 설치하는 전 과정에 프랑스와 미국의 프리메이슨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증은 확증이 된다.
미국에 자유의 여신상을 보내자는 제안은 프랑스의 법학자인 라불라예가 처음 했으며, 그의 의뢰를 받은 조각가가 바르톨디였다. 그는 얇은 구리판을 재료로 선택했는데, 가벼운 무게만큼 바람과 지진에 견딜 구조 골격이 필요했다. 이를 설계한 엔지니어가 훗날 에펠탑을 만든 에펠이다. 미국에선 리처드 헌트라는 건축가가 여신상을 올려놓은 받침대를 제작했다.
라불라예, 바르톨디, 에펠, 헌트......이들 모두가 잘 알려진 프리메이슨이다. 기금모금을 주도한 퓰리처(퓰리처상으로 유명한 헝가리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와 헌정식에 참여한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 정도가 프리메이슨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프리메이슨 입문 의식과 관련된 이시스(혹은 이슈타르)의 모습이 여신상에서 아른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제 음모론자들은 자유의 여신상에 사뭇 진지한 해석을 붙여댄다. 가령, 여신상이 쓴 왕관에 붙은 7개의 뿔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이슈타르가 가졌다는 7개의 신적 권능과 연결되었다. 받침대는 11개의 각을 가진 별모양인데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이시스 비밀의식에 입문하려는 자가 겪어야 하는 11일간의 단식으로 해석됐다. 물론, 이 11각별은 동상이 세워지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요새(Fort Wood)의 외벽을 그대로 살린 것뿐이지만 말이다. 다소 거칠고 때론 어이없는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자유의 여신상이 전적으로 프리메이슨의 이념과 방식을 좇은 것은 분명하다.
일례로, 받침대에 부착된 동판에는 1884년 8월, 윌리엄 브로디라는 프리메이슨 뉴욕지부의 그랜드마스터가 동상의 초석을 놓는 정초식 행사를 거행했다는 기록이 프리메이슨 기호와 함께 새겨져 있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정부가 아닌 프리메이슨이 프리메이슨식으로 행사를 주관한 것이다. 실은, 미국이나 프랑스 정부가 국가예산 한 푼 여기에 투자한 게 없다. 다시 말해, 동상건립은 정부간 사업이 아니었단 의미다. 모든 예산은 민간 모금으로 충당되었다. 국유지인 리버티섬에 동상 설치를 승인해주긴 했지만, 미국 정부는 한때 동상 건립을 오히려 반대했다.
지금이야 자유의 여신상이 익숙하니 그러려니 하지만 당시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프랑스가 일방적으로 선물을 준다는데, 그게 로마 의복을 입은 여신이라니! 청교도식의 종교적 엄격함을 미국의 근간이라 믿어왔던 사람들에게 우상 숭배 냄새가 풍기는 이교도적인 여신상은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었을 테다. 기획부터 실제 설치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던 것도 이런 이유로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 언론이 반대하고 의회가 여신상의 설치를 승인하는 데 미적거린 탓이 크다.
결론적으로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것은 맞지만, 모두가 기다리고 환영했던 선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석연치 않은 건립과정과 낯선 형태를 볼 때, 프랑스 프리메이슨이 미국 프리메이슨에 보낸 특별한 징표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단순한 독립기념 선물이 아니라, 새로운 땅에 대한 프리메이슨의 영역표시이자 그곳으로 입문자를 이끄는 상징적 등대로서 말이다. 피라미드 앞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스핑크스처럼......
이민자들은 거친 항해 끝에 안개 속에 홀연히 나타난 자유의 여신상을 홀린 듯 마주하였고, 뉴욕항에 도착하는 대로 브로드웨이를 따라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민자들 뿐만이 아니다. 나처럼 비밀을 찾아 헤매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여신상이 가르쳐 준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다.
그 길을 따라 이제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로 향한다. 자유의 여신상을 통해 신생 국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미국의 프리메이슨이 새로운 세상(New World)의 중심에 새로운 질서(New Order)를 새긴 새로운 수도, 바로 워싱턴 DC가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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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