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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석 Jul 26. 2023

뉴욕에 센트럴파크와 브로드웨이가 없었다면

68/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미국 워싱턴DC-4)

   평범해 보이는 도시구조도 조금만 자세히 보면 모순과 파격이 넘쳐난다. 뉴욕에 맨해튼 그리드만 있는 건 아니다. 자칫 개성없이 무미건조할 뻔한 도시공간에 긴장감을 도발하는 특별한 장치가 있으니......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이것은 바로 센트럴파크와 브로드웨이다.


   해리가 셀리를 만나던 센트럴파크는 맨해튼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바둑판 중앙에 호기롭게 만들어진 커다란 집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보는 듯 경이롭다. 원래 뉴욕의 그리드는 구획된 블록을 함부로 합치거나 분할하는 걸 금지했다. 예외가 센트럴파크였다. 이곳은 본디 수돗물 공급을 위한 유수지였다. 그런 기능적 필요성에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더해지면서 1850년대 지금과 같은 공원이 된 것이다. 이후 주변에 채워진 마천루와 거대블록을 덮은 녹음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은 뉴욕의 상징이 되었다.


   센트럴파크보단 작지만 뉴욕에는 이렇게 블록 몇 개가 합쳐진 공원이 상당수다. 걔 중에는 센트럴파크처럼 도시를 운영하기 위한 공공시설이 공원으로 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할로윈 퍼레이드로 유명한 워싱턴 스퀘어 가든은 공동묘지였고, 뉴욕공공도서관과 한 세트를 이루는 브라이언트 공원에는 맨해튼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저 멀리 크로톤 강에서 끌어온 물을 저장하는 탱크가 있었다. 쉑쉑버거 본점으로 유명한 메디슨 스퀘어 공원 역시 묘지였다가 나중에 군사시설과 비행청소년 교화시설 등으로 쓰이던 장소였다. 다시 말해, 뉴욕의 공원들은 처음부터 그리드의 질서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사진8-9. 록펠러센터에서 바라본 센트럴파크 ©이경석)


   브로드웨이도 마찬가지다. 북에서 남으로 허드슨강을 바짝 붙어 따라가다 맨해튼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는 마치 누군가 일부러 땅에 새긴 생채기같다.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네모반듯한 격자 속에서 크게 두드러져 보인다.


   브로드웨이는 식민지 개척 이전부터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길이다. 한참 후에 그리드를 짜면서도 그 길을 살려둔 것이다. 덕분에 브로드웨이는 그리드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간다. 때론 도로가 되었다가, 이내 블록 안으로 파고들 때는 건물들도 피해가는 그냥 빈공간으로 남겨졌다. (브로드웨이로 잘린 대지에 옹색하게 들어선 건물 중 가장 유명한 게 아마 뉴욕 최초의 마천루인 플랫아이언 빌딩일 것이다)


   블록의 가장자리와 어중간하게 만나는 브로드웨이는 건물이 들어서기 힘드니 자연스레 광장이 되었다. 뉴욕의 광장들이 도시 곳곳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계획적으로 의도했다면 그런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다채로운 형태를 띈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연말이면 카운트다운을 세는 타임 스퀘어나, 영화 <34번가의 기적>에 나오는 메이시스 백화점 옆 헤럴드 광장이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     


(사진8-10. 헤럴드 광장 부근 브로드웨이 지도 상세)
(사진8-11. 좌 : 플랫아이언빌딩 ©Imelenchon, Wikipedia에서 재발췌, 우 : 타임스퀘어 ©이경석)


   브로드웨이가 맨해튼을 자유롭게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최남단의 배터리 파크다. 말 그대로 포병 부대가 주둔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독립 전쟁이 끝나자 이곳에 새로운 요새(클린턴 요새)가 건설되었고, 19세기 중반에는 약 40여 년간 이민국과 세관으로 사용되었다. (이후에는 바로 앞 앨리스섬이 그 역할을 물려받았는데, 지금도 이민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여기가 미국의 관문이었던 셈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듯 이민자들은 뉴욕항에 도착 직전 또 하나의 상징적 관문과 마주했으니, 거기에 내가 찾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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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사진출처]

사진8-11좌 : By Imelenchon (original work) - This is a retouched picture, which means that it has been digitally altered from its original version. Modifications: cropped. The original can be viewed here: Edificio Fuller (Flatiron) en 2010 desde el Empire State.jpg: . Modifications made by Beyond My Ken.,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276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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