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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석 Aug 02. 2023

워싱턴DC에 숨겨진 프리메이슨의 비밀지도

71/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미국 워싱턴DC-7)

   그런데 워싱턴의 도시계획에 뜻밖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얘기가 떠돌기 시작한다. 


   사실, 랑팡의 계획이 새로운 건 아니었다. 모두 어디선가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기법들이다. 격자형과 방사형의 조합은 뉴욕에서 이미 시도했다. 축을 따라 배치한 공공건축물로 상징적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루브르에서 콩코드 광장을 거쳐 개선문으로 이어지는 오스망 남작의 파리대개조 사업과 유사하다. 또한, 중요한 건축물을 중심으로 방사형 대로를 만들고, 대로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광장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건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바로크 방식이다. 가히 지난 세기 동안 성취한 도시계획의 성과가 집대성되었다고나 할까! 단순히 테크닉만 보자면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볼만한 여지는 없어 보인다.      


(사진8-22. 좌 : 오스망 남작이 완성한 파리 중심축, 우 :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을 바라보는 축 상의 샹젤리제 거리 ©이경석)


   소문의 진원지는 역시 프리메이슨이다. DC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마무리했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랑팡, 그리고 맥밀런까지 모두 프리메이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프리메이슨의 이념과 상징이 도시계획적으로 구현되었을 거란 믿음이 생긴 것이다. 더 나아가, 음모론자들은 템플기사단의 후신인 프리메이슨이 자크 드 몰레의 화형 이후로 사라져버린 기사단의 보물을 여기로 옮겨왔다고 믿는다. 영화 <내셔널 트레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당시 미국은 거의 완벽한 프리메이슨 국가였다. 그들은 독립혁명부터 전면에 등장한다. 1775년 4월 18일 혁명 당일 영국군의 침공소식을 처음 전파하여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끈 폴 리비어(Paul Revere)를 비롯하여(보스턴에 생가를 비롯해 그의 이름을 딴 장소가 많다),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벤자민 프랭클린, 선언문에 최초로 서명한 존 핸콕, 혁명군의 사령관이자 초대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 등 많은 ‘건국의 아버지’들과 이들을 도운 프랑스 출신의 라파예트 장군이 프리메이슨이다. 이후로도 제임스 먼로, 루즈벨트, 트루먼 등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절반 가까이가 프리메이슨이라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생각을 머리에 넣고 다시 지도를 보면 희한하게도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정사각 형태를 가진 DC의 당초 경계선이다. 알다시피 프리메이슨의 모토 중 하나가 ‘온더스퀘어(On the Square)’이다. 직역하자면 모든 것은 바로 정사각형 위에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단정하고 명예롭고 공정해야 한다는 도덕적 룰을 의미한다. 이 정사각형을 45도 각도로 돌리면 마름모가 된다. 콤파스와 스퀘어(직각자)로 이루어진 프리메이슨 상징이다. DC라는 도시 자체를 정사각형 마름모로 반듯하게 구획했던 게 우연은 아니었다.    


(사진8-23. 좌 : 원래 DC 영역 ©blogs.loc.gov, 우 : 여행하다 종종 마주치는 프리메이슨 롯지와 메이슨 상징, 오스트리아 그라츠 ©이경석)



   랑팡이 그려놓은 격자와 방사형 도로도 처음엔 어지러워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패턴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게 된 것일 수도, 아니면 믿고 싶은 대로만 보게 되는 일종의 확증편향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것이 백악관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5개의 방사형 도로가 서로를 연결하며 만드는 패턴이다. 오각형의 별모양이 뒤집힌 형태처럼 보이는데, 일부에선 이교도의 상징인 바포메트(흑염소 머리에 여성의 상체와 남성의 하체를 가진 악마의 심벌)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별 모양이 불완전하고(그림에서 점선 부분은 없는 도로이다!) 전체적인 형태도 납작해 비례도 맞지 않는다. 더구나, 템플기사단이 바포메트(실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오역한 단어, 28화 참조)를 숭배했다는 필리프 4세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프리메이슨과 억지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악의적이다. 하지만 팩트를 확인할 길이 없으니, 이후로도 DC의 지도에서 여러 가지 그럴듯한 문양이나 상징을 찾아내는 게 하나의 놀이처럼 번졌다.     


(사진8-24. 좌 : DC 지도에서 바포메트 머리라 주장되는 오각형의 별, 우 : 19세기 후반에서야 등장한 바포메트 상상도 ©Eliphas Levi)


   그 놀이에 나도 재미삼아 동참해본다. 대신, 터무니없는 주장은 무시하고 가장 그럴듯한 두 가지 패턴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패턴은 순전히 여행자의 입장에서 내가 DC를 여행하는 루트가 되었다. 이름하여 프리메이슨의 숨겨진 비밀 지도 투어다! 뭐, 어차피 이 루트 안에 애덤스 모건(Adams Morgan)이나 와프(Wharf) 같은 요즘 한창 뜨는 외곽동네를 제외하고는, DC의 고전적인 주요 명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잘 됐다 싶었다.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보고, 덤으로 보물찾기하듯 프리메이슨의 흔적도 탐험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이러다 진짜 여기서 그들이 감춰둔 성배를 우연히 발견할 지도......


이제 슬슬 투어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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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사진출처]

사진8-23좌 : https://blogs.loc.gov/maps/2018/07/the-changing-place-names-of-washington-d-c/

사진8-24우 : By Eliphas Levi - Dogme et Rituel de la Haute Magie, Volume 2,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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