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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부 Oct 26. 2020

그놈의 분유 1000ml

아이가 많이 먹어도, 적게 먹어도 걱정인 나날들

하루 수유량1000ml를 넘으면 안 된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수유를 하면서 제일 많이 신경 썼던 건 분유량이다. 나는 수유 초기 하루 수유 총량이 1000ml가 넘지는 않을까, 매번 전전긍긍하며 수유를 했다.

우리 아이 신생아 시절/사진=최수진


나라고 양껏 먹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다. 얼마큼 먹어야 되는지 감이 없었던 나는 주변의 조언들에 자주 휘둘렸다. 맘카페에서는 비만이 될 수 있으니 아이에게 분유를 하루 총량 1000ml 이상 먹이지 말라고 했다. 더욱이 이 정보는 엄마들의 뇌피셜 아닌, 대부분의 엄마들이 소아과 의사들로부터 듣 충고이니 신뢰도 갔다.


그놈의 1000ml '공식' 때문에, 아이는 항상 먹고 싶어도 먹질 못했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오늘 먹은 분유량이 1000ml를 넘기지는 않을 노심초사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우리 아이는 잘 먹는 아이에 속했던 것 같다. 아이는 백일 전에 이미 분유와 모유를 1000ml 가까이 먹었다. 1000ml를 약간 넘을 때도 있었다.


분유를 좀 줄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건 서울시 모자보건 사업을 통해 만난 간호사 조언 때문이었다. 간호사는 친정에 있는 나를 전화로 붙잡고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 그때 우리 아이는 분유를 한 번에 140ml 가까이 먹고 있었는데, 간호사 말이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거다. 많이 먹으면 아이가 배앓이도 할 수 있을뿐더러 비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간호사는 대신 아이 몸무게 x160 정도를 먹이라고 강조했다. 계산 대로라면 우리 아이는 분유를 넘치게 먹고 있었다. 줄여야 했다.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하루 수유량을 1000ml라도 넘기는 날에는 머리가 딱딱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비만이 너무 걱정돼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무조건 달랬다. 수유 텀이 올 때까지 달래고, 시간이 되면 적정 수유량만 딱 줬다. 그러면 아이는 부족했는지 먹어도 성에 차지 않는 듯 보였다. 배고프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는 일쉽지 않다. 엄마도 사람이기에 걱정하는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에게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칭얼대는 아이를 보면 표정부터 붉으락푸르락 변한다. 말도 곱게 나갈 리 없다.


하루는 내가 너무 지쳐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줘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아이는 평소에 먹던 하루 총량보다 더 적게 먹었다. 한 번 배부르게 다 주니 아이도 더 이상 밥을 찾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는 배가 다 차서 만족스럽다는 듯 씩 웃으며 잠에 들기도 했다.


나의 조바심이 괜히 아이를 굶주리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뱃골이라는 게 있는 건데, 나는 무작정 적게만 주려고 했다. 아이도 무작정 분유를 먹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는 엄마 생각대로 자신이 먹을 밥 양도 조절하지 못하는 아둔한 존재가 아닌, 스스로 먹는 양도 챙기는 똑똑한 존재라는 걸 그때 알았다. 오히려 엄마의 두려움이 아이를 어리석은 존재로 낮춰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두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다.


그 후부터 나는 양을 늘려 아이에게 분유를 줬다. 물론 1000ml를 넘게 먹는 날도 있었다. 또 어떤 날은 그보다 적게 먹는 날도 있었만,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아이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면 먹고 싶은 만큼 줬다. 1000ml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ps. 2020년 10월 26일, 5개월을 넘긴 아이는 하루 4번 220ml를 먹고 있다. 총 880ml다. 이유식은 오전 10시에 먹는다. 분유 1000ml가 넘을까 노심초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후로 나는 아이가 먹고 싶어 할 때 맘껏 먹이자는 신조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비만은 경계해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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