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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도 Mar 23. 2020

Ep 02. 본격 버티기 연습

200316-200322

1. 커져만 가는 눈덩이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상황을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산비탈을 굴러가는 눈덩이를 막아 세우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큰 실효성을 거두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재난기본소득, 기준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 주머니에 들어있는 다양한 카드를 꺼내보지만 공포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경제 관련 기사를 챙겨 보다 보면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에 처음으로'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국제적으로 10년 주기로 경제 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의 사태는 30년 만에 찾아온 대혼란이 분명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실물 경제에 빨간 신호등이 먼저 켜졌고, 그로 인해 금융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조금씩 깨지면서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한 주만 해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이슈들이 있었다.

먼저 미국은 기준금리를 0% ~ 0.25%로 1% 포인트 인하했으며,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1.5%를 낮춰 제로 금리 시대로 회귀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1%에서 0.75%로 0.25% 포인트 낮추면서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고,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표현했다. 


국제 증시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코스피는 1500선이, 미국 다우지수는 2만 선이 깨지기도 했으며 서킷브레이크, 사이드카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될 수 없었다. 이렇게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금 상황을 '축재의 축제'로 삼아보려는 개인들의 과감한 투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투자할 자본금이 있다면 나 역시도 한몫 챙겨보려는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 먼 미래에 지금을 돌아보면 아쉬움에 쓴웃음 지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대강 대치로 하락 추세이고, 채권과 금과 같은 안전자산 가치고 떨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각국의 정부는 '전시'에 준하는 마음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있는데,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쉽사리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동안 무수히 많았던 우울한 소식들 중에서 단 하나의 좋은 소식을 꼽아보자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채결했다는 것이다. 19일에 체결된 통화 스와프를 통해 안정적으로 외환보유액을 관리할 수 있게 됐고, 급등하던 환율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2. 버틸 수 있는 힘


이렇게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고 사람들의 생활고가 깊어져 가는 가운데, 내가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월급쟁이의 삶에 투정을 부렸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있고, 고용 불안과 매출 걱정에서 자유롭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억지로 무급 휴가를 써야 하는 근로자들, 시민들의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인해 가게를 여는 것조차 부담이 되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경제가 어려워져 내 주식이, 내 펀드가 손실이 얼마 났다는 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나는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며칠 전에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작고 귀여운 급여'가 무사히 도착했고, 이 귀여운 녀석을 소중히 보살피면 그럭저럭 먹고 살 수준이 되고 조금씩 저축도 할 수 있으니까. 손실이 난 투자들은 당장 내 생계에 큰 불행을 가져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수행의 시기로 삼아보려고 한다. 단기간으로 손실이 있겠지만 깔아뭉개고 버티다 보면 또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차라리 <영차도 시즌 1>을 시작하는 이 시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게 잘됐다는 생각도 해본다. 매도 먼저 맞는다고, 성공 가도만 달리다가 갑자기 무너지는 것보다 이런 우울한 시대를 적은 금액으로 먼저 경험하는 것이 백번 낫다. 


3. 모니터링

일본 증시는 일주일 사이에 특별한 호재가 없어서 인버스 ETF는 계속 상승세이다. 한 주 동안 올림픽 개최에 대한 많은 왈가왈부가 있었지만 일본은 개최 강행을 희망하는 중. 더 높이 올라가서 더 큰 실패를 맛보려고 그러는 것인가... 아무튼 개최 연기나 취소 발표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내겐 좋은 일?

지난주에 걱정했던 것처럼 해외 주식 펀드는 코로나19에 의한 충격이 이번 주에 나타났다. 개별 펀드별로 최대 22%의 손실이 났지만, 고통을 인내하는 연습을 하기엔 적절한 수준의 고통이다. 

일주일 동안 2만원이 사라졌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고작 보름이 지났을 뿐이고 목표한 9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꾸준히 투자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 중에 있는 나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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