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9. 사회적 거리두기 특집 인터뷰 by 람곰
Q.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당신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는 요즘, 의식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지만 사실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어요. 사랑이 떠난 이후로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거든요.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개인적인 사정과 사회적 고통이 더해지면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더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어떤 활동을 해볼까 고민만 했었는데, 최근에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어요. 잘하고 싶었던 활동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작년에 비해 조금 더 만족스럽고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Q. 달라진 일상 속에서 혼자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문득 '나 정도면 잘 지내고 있는 편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상황이거든요.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어요. 상대적으로 이동도, 생계 불안에서도 자유로운 편이고요. 또, 이런 어려운 시기에 과거에 생각만 했던 활동들을 실제로 해보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해요.
Q. 이 시간을 보내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혼자 오롯이 서있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립심'이라는 말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 느낌인데, '혼자여도 괜찮아.'라고 쿨하게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자아를 갖추면 다른 사람들도 저를 더 좋게 봐주지 않을까요? 연약하고 불안정한 자아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무턱대고 기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과 더불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살고 싶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이 아쉬움이 가득한 시간이 아니라 더 좋은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내공을 쌓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Q. 아마도 가장 위로가 필요한 시절이 아닌가 싶은데, 이 시간에도 각자 혼자의 삶을 버텨내고 있을 주변 친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스스로가 짧은 동화책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주인공은 깊은 산속 오두막에 살고 있고, 밖에는 눈이 펑펑 쏟아져 누구 하나 오가는 이가 없어요. 그래도 밝고 긍정적인 주인공은 싱그러운 봄을 기대하고 있어요.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나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그런 봄이요.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뻔한 해피엔딩의 주인공인 거죠.
돌아보면 지난 겨울은 큰 추위 없이 지나갔어요. 기억에 남는 눈 내리는 날도 없었죠. 겨울을 무탈히 지나온 만큼 지금의 상황이 겨울이 끝나기 전 마지막 고비, 꽃샘추위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이 어려움이 언젠가는, 조만간 지나갈 테니까요. 지난 주말에 한강 공원에 나갔는데 정말 봄이 성큼 다가왔더라고요. 지금의 혹독한 시기가 다 지나가면 고생한 만큼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봄이 올 거예요.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그리고 행여나 혼자가 너무 힘들다면 연락하세요, 지금 생각나는 그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