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2. 인터뷰 by 상혁
Q. CS 업무에 초점을 맞춰볼게. 서비스직을 구글에 검색하니 연관검색어로 '인간 혐오'라는 단어가 노출되더라. 어떤 것 같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힘든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CS 업무의 구조 자체가 내가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 고객은 내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입장이고, 나는 그 요구에 충실히 응대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반대로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없으니까. 고객의 기대를 100%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해 처리하려고 하지만, 내 성향이 무뚝뚝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어려울 때가 많아.
하지만 '인간 혐오'가 생긴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최근 들어 남성/여성, 난민, 노인 등의 단어 뒤에 혐오라는 말이 많이 달라붙던데, 이런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하거든. 그래서 '인간' 자체를 증오하고 혐오하기보다는, 간혹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특수한 경우의 고객이 있다고 받아들이려고 해.
Q. CS 업무는 좀 더 긴장되고 책임감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책임감보다는 긴장감이 더 큰 것 같아. 고객이 민원을 제기할 때에는 본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나 이익을 누리지 못 할 때 연락을 하잖아. 일단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깔고 얘기를 시작하는데, 이런 불만이 상담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더 커질까 봐 조심스러워. 가끔 민원이 만족스럽게 처리되지 않았을 때,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 기관 홈페이지나 국민 신문고에 신고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는데, 내가 아무리 합리적으로 처리하려 했어도 이런 경우에는 많이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이야.
Q. 일을 하다 보면, 중간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많을 것 같아. CS 업무가 결국 그런 부분을 소통으로 해결하는 일일 텐데,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을까?
노하우는 없어. 매일 다른 사람들이 다른 문제를 가지고 연락을 하는데,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거든. 대신 연차가 쌓이면서 지금의 상황을 '뉴 노멀'로 받아들이면서 나름의 허세가 쌓였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쉽고 편한 마음은 아니지만, 이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내가 더 강해진 건가?
Q. CS 업무를 하면서 달라지거나 배운 점이 있을까?
'나도 한 성격 한다?' 이런 것을 종종 느끼곤 해. 나는 내가 이해의 폭도 넓고, 인내심도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상식 이하의 불합리한 요구를 하거나 최소한의 예의를 안 지키는 사람을 상대할 때에는 내 안에 잠들어있던 악마가 깨어날 것 같은 느낌이야.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는지, 악에는 악으로 맞서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곤 해.
Q. 좋은 CS란 무엇일까?
사전에 서로 얼굴 붉힐 일 안 만드는 것이 제일 좋은 CS 아닐까? 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사업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객,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물론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란 상상의 동물 같은 것이겠지만... 기획자가 사업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안내문을 만든다면 기본적으로 고객이 혼선을 느껴 담당자에게 연락할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자주 하는 질문(FAQ)'나 'Q&A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도 겉으로는 고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은 담당자가 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론 나는 많이 게으른 편이라서 좋은 CS를 하기엔 틀린 것 같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