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영문도 모른 채 두 번의 돌잔치를 하게 되었다. 친가와 외가의 거리가 멀어 그렇게 된 것을 나중에 크면 알게 되겠지... 한 주가 지나 아기는 두 번째 돌잔치를 하게 되었다. 이번엔 가족들의 기대가 커서 행사답게 준비했다. 아내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 아내가 수고를 많이 했다. 돌잔치 장소 섭외, 돌상, 아기 옷(드레스, 한복), 스냅사진, 아내 드레스 그리고 영상까지... 영상은 그냥 업체에 맡기 자고 했으나 아내는 우리 가족끼리 보는 거라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했다. 대신 내가 집안 일과 아기 이유식을 대부분 담당하기로 했다. 마산에서 돌잔치를 끝내고 한 주만에 다시 돌잔치를 하는 거라 조금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돌잔치 다운 돌잔치라 아내도 나도 기대가 컸다. 주중 일을 끝내고 주말인 토요일 우리는 모든 짐을 가지고 용인으로 이동했다.
돌잔치 D-1
용인에 도착한 뒤 평소와 다름없이 주말 오후를 즐기면서 보냈다. 이 날 아기의 이모도 집에 내려와 있어서 함께 공원 산책도하고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저녁에도 예전같이 저녁을 먹은 뒤 아기와 놀다 씻기고 우리도 잠이 들었던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일 있을 행사를 위해 간단하게 짐을 정리한 것이 다였다. 너무 평범한 일상이었기에 정말 돌잔치를 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토요일이었다.
돌잔치 D-day
6:40분 아내가 날 깨웠다. 7시에 메이크업하시는 분이 오시기로 해서 먼저 씻어야 한다고.. 평소와 다르게 이 날 아기도 7시가 되니 눈을 떴다. 다시 재우려고 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결국 실패하고 그냥 일어난 채로 놀기 시작했다. 7시부터 아내의 메이크업이 시작되었고 그 사이 아기와 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놀기도 하며 아침도 먹고 하루를 준비했다. 아내의 메이크업이 끝나고 나도 메이크업을 했는데 아내가 한 것에 비하면 정말 빨리 끝났다. 마치 결혼식 때 같았다. 메이크업을 다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아기를 데리고 우리는 행사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도착해서 행사 전까지 시간이 남아 아내가 예약한 스냅 작가와 야외에서 먼저 사진을 찍었다. 공원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도움을 주셔서 정말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날 어머니께서 도움을 안 주셨다면 힘들었던 하루가 더 힘들 뻔했을 것이다. 야외에서 촬영을 끝내고 행사장으로 들어가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로비에서 사진을 더 촬영했다. 그리고 행사장에 들어간 뒤에도 계속 촬영이 이어졌다. 아기 독사진, 아기와 우리 부부, 그리고 가족사진까지... 그렇게 사진을 찍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영상을 보고 중간중간 퀴즈를 풀고 선물을 드리고 마지막으로 돌잡이까지... 아내는 이 번 행사에서 돌잡이가 너무 아쉽다고 했다. 마산에서는 돌잡이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이 번엔 '축구공'을 잡았다. 종류도 적었고 아기가 잡기엔 뭔가 불편한 구조였다. 아무튼 행사까지 모두 끝내고 식사까지 마쳤다. 늘 그렇지만 행사 당사자가 되면 식사는 식사가 아니게 된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 먹을뿐더러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가족들끼리 있다 보니 아주 편한 식사자리였다. 모든 행사가 끝나니 오후 2:30분이 되었다. 이날 가장 놀라운 것은 아기가 행사장까지 이동하는 30분간 잠을 잔 뒤로 쭉 잠을 안 잤다는 것과 안 자고 있는 그 시간 동안 너무 얌전하게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집 밖 효녀'다운 모습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선 바로 잠까지 자주었고 도착하고 나서야 깨어났다.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로 치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돌잔치의 시작과 끝을 경험한 우리에겐 긴 시간이었다. 아내는 집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
'결혼식 때도 시간은 오늘과 비슷했는데 그땐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진짜 힘들다.'
나도 그랬다. 내가 메인이 되어 준비한 것도 아닌데 너무 힘들었다. 홀가분한 것은 심리적인 것이고 체력적으로는 잠만 자고 싶었다. 이 날은 저녁도 대충 먹고 쉬다가 잠이 든 것 같다.
결혼식과 비교해 보면 결혼식은 우리가 행사의 주체고 우리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었는데 돌잔치에선 우리 아기가 주인공이고 조절이 안 되다 보니 더 힘든 것이 아닐까?
아무튼 이렇게 두 번째 돌잔치는 끝이 났고 우리 아기는 한 주가 더 지나면 진짜 '만 1세'가 된다. 그날은 아기가 태어난 산부인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로 했다.
아기이 돌상
임신하고 약 10개월 아기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났다. 두 번의 돌잔치까지 끝냈다. 임신부터 돌잔치까지... 두 가족의 분위기는 너무 달랐고 또 각자의 방식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누가 더 잘해주고 못해주고 이런 것은 없다. 그저 우리 아기와 아내와 나를 축하해 주고 걱정해 주시는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울 뿐이다. 결혼을 했기에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나의 취약한 점이나 잘못된 점을 알고 고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계신 부모님들을 통해 어른의 모습도 배울 수 있기에 늘 감사하다. 우리 아기의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고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아기는 인생에서 보면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은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하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지만 곧 모두가 가능해지는 그런 날들이 올 것이다. 엄마, 아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가득 담긴 말 등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요즘같이 좋은 날씨에 가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다. 우리 아기가 이런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게 건강하게 하루하루 잘 커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기의 첫 생일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현재를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힘들게 우리를 키워 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해하는 날이 되도록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