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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14. 2023

엄마 꿈은 꼭 이루어질 거야

2021년 12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장난감 정리를 하던 첫째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는 꿈이 뭐예요?"

갑자기 꿈이라니... 장난감 정리하기 귀찮아서 꾀를 부리는 건가 싶어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엄마 꿈은 너랑 동생 안 아프고 건강한 거지."

두 아이의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마음이 아픈 것은 물론, 아이를 돌보느라 엄마 역시도 녹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육아에 있어서 엄마의 컨디션만큼이나 아이의 컨디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요. 진짜 엄마 꿈 말이에요."

아이의 질문을 그저 꾀부리는 핑곗거리로 치부했던 것이 조금 미안해졌다. 그리고 다섯 살 아이의 질문치고는 제법 심오하다 싶어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




그러고 보니 내 꿈이 뭐지. 나조차도 잊고 있던 나의 꿈.

없다고 대답하자니 뭔가 시시한 엄마가 되는 기분이라 뭐라도 대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유치원에 가면서 "엄마는 좋겠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동생이랑 놀면 되니까요. 나는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하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었기에 꿈이 없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엄마 집에서 노는 거 아니야. 하루 종일 얼마나 바쁜데."라고 아이에게 변명하듯 말했던 터라 내가 꿈이 없다는 것에 뭔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다섯 살 딸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엄마라니, 아이를 상대로 무슨 생각인가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 대 여자'로 그 순간 나는 정말 아이에게 내 꿈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싶었으니까.




출처 Pixabay


"엄마 꿈은 책을 쓰는 거야."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갖고 싶다는 것은 아주 어릴 적 했던 생각이다.

처음으로 종로에 위치한 대형서점에 갔던 날, 산처럼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책들을 서서 또는 앉아서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책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그저 어릴 때, 철 모를 때 꾼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입에서는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정말? 그럼 엄마도 작가가 되는 거예요?"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으럼, 지금은 너희들 돌보느라 바쁘지만 엄마가 언젠가는 책을 쓸 거야. 그러니까 기대해."

"내가 엄마 1호 팬 할래요. 엄마는 내 1호 팬이니까요."

아이에게 항상 해왔던 입버릇 같은 말, 엄마는 너의 1호 팬이니 힘내라는 말을 내가 돌려받았다.

아직 쓰지도 않았고,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책에 1호 팬이 생겨버렸다. 그냥 이름 모를 아무개 팬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딸이 나의 1호 팬이 되어준단다.




결혼과 출산 그 이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냈다.

꿈은 무슨, 씻겨놓으면 기저귀에 실례를 해놓는 통에 몇 번이나 다시 씻기고 그러고 나면 진이 빠져 누우면 잠을 청하기 바빴다.

직장에 다닐 때 불금을 즐겼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재워놓고 맥주 한 캔이라도 할라치면 여지없이 둘째가 깨어나 울며 엄마를 호출하는 통에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없었다.

그나마 화장실이라도 제때 갈 수 있고, 밥이라도 차려먹을 수 있게 혼자 조금이라도 놀아주는 둘째 아이 덕분에 첫째 때 보다는 수월하게 육아를 한다며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냐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그런데 작가라니, 글을 쓰겠다니, 가당키나 해?' 내 마음 한편에선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왜 안되는데? 꿈은 이루어진다잖아. 하다 보면 되지 않겠어?' 하는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한 게 아이에게 말해놓고 나니 설레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눕자마자 곯아떨어지기 바빴을 텐데 그날은 잠도 오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작은 속삭임에 기대어 보기로 했다.

내가 손해 보는 것은 없을 테니 도전해 보기로...




그때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이들은 조금 더 자랐고, 여전히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일 뿐이다.

그래도 이제는 아이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엄마 꿈은 꼭 이루어질 거야."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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