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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16. 2023

너희는 기적이야

"엄마, 우리는 왜 가족이 된 거예요?"

침대에 누워 굿나잇 인사까지 다 했는데 첫째 아이가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이 녀석이 자기 싫어서 그러나 싶었는데 또 묻는다.

"엄마는 다른 아이가 아니라 왜 나랑 동생 엄마가 된 거예요?"

엉뚱할지는 몰라도 꽤나 철학적인 아이의 질문.

이런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

경험상 아이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면 30분은 훌쩍 지나가버린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아이랑 이야기하다가 잠들어버리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너희를 많이 사랑해 주기 위해서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던 것인지 몇 마디를 더 나누고는 잠이 든 첫째 아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빨리 재우려는 마음에 후다닥 대답을 해버린 게 미안해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에 봤던 영화 '어바웃타임'이 떠올랐다.




영화 '어바웃타임'에는 과거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능력 덕분에 남자 주인공은 시간을 돌리고 돌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결혼해서 귀여운 딸도 낳는다.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여동생 때문에 시간을 돌렸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웬걸, 아이의 얼굴이 바뀌어있었다. 아이의 성별도 바뀌었었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결국 원래 자신의 아이를 만나는 것을 선택한다.

그때는 남자 주인공의 선택에 의문이 들었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남자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러한 결정을 했을 것 같고.

한 사람이 태어날 확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의 우주적 확률을 충족한 결과라고 한다.

거창하게 우주나 지구의 생성 확률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의 부모님이 결혼하지 않으셨더라면?' 혹은 '내가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가정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그런 놀라운 확률로 만나게 된 아이들인 것이다.

그것도 둘씩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로 인해 지치고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한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어디 보통 일이겠는가.

힘든 게 지나가서 이제 살만하다 싶으면 '방심하면 안 되지.'라는듯 불쑥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가 좀 크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이가 자랄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로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평생 가지고 갈 숙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 부질없는 고민이고, 이게 행복이지 싶다가 다음날 또다시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다 보면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기 일쑤이다.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살아내는 것밖에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매일이 더해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자라 있겠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코끝이 찡해졌다.




내일 아침 아이들이 눈을 뜨면 너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기적이라고 말해줘야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감사한 일이라고 꼭 말해야겠다. (근데 엄마가 너희를 안 혼낸다고는 안 했다. 이건 확실히 해두자.)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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