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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23. 2023

다른 듯 닮은 두 엄마의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동산은 디즈니플러스로 바뀌었지만

오늘은 일요일.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첫째 아이의 요청에 따라 아침 메뉴는 맥도날드 맥모닝으로 결정!

'아침은 또 뭘 해 먹나?' 고민하던 차에 아이의 말이 반갑기만 했다.

내가 먼저 말하진 않지만 아이가 햄버거를 먹겠다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먹어도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1인 1메뉴 주문은 필수.

우리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 앞에 놓인 햄버거를 야무지게 해치웠다.

평소에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들이 감자튀김을 집어먹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손가락을 쪽쪽 빠는 모습을 보니 입맛에 잘 맞았나 보다.




그렇게 뚝딱 아침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냉큼 손을 씻고 와 소파에 앉는다.

어느덧 만화를 보기로 약속한 시간이다.

결제할까 말까 망설였던 디즈니플러스는 아이들이 열심히 시청 중이라 본전이 아깝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는 '아기를 부탁해! 토츠'

벌써 몇 번이나 봤는데도 질리지도 않는지 오늘도 토츠를 보겠단다.

나와 남편도 아이들을 토츠에게 부탁하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는 일요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을 켰다.

지금은 워낙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텔레비전이 전부였기에 KBS에서 방영하는 '디즈니 만화동산'을 손꼽아 기다렸더랬다.

텔레비전 소리에  동생과 함께 만화를 보고 있다 보면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셨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에서 라면은 일요일에만 먹을 수 있는 메뉴였기에 너무나 귀했다.

가끔은 떡국떡이나 어묵이 들어가 있기도 했던 엄마표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라면을 먹는 우리에게 엄마는 흘린다며 다 먹고 보라고 잔소리를 하셨던 것도 같다. 그때 동생이랑 서로 더 먹겠다며 싸우다가 혼나서 울기도 했었는데... 생각만 해도 뭉클해진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은 변할 만큼의 세월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며 라면을 먹던 어린 시절의 내가 어느새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햄버거를 먹고, 디즈니플러스로 만화를 본다. 이제 예전처럼 푹 빠져서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화 속 캐릭터들이 꽤 귀엽고, 내용도 재미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싶으면서도 꼭 그렇지만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말에도 늦잠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덕분에 강제 기상해야 하는 엄마.

주말만큼은 아침식사 준비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엄마.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에 내 배가 부른 듯 기분 좋은 엄마.

아이들이 만화에 푹 빠진 사이에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엄마.

과거의 엄마와 지금의 나는 다른 듯 닮아있다.

어린 내가 일요일 아침을 기다렸듯이 내 아이들도 일요일 아침을 기다리려나.

나중에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한 일요일 아침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럼 잠시나마 우리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처럼 웃을 수 있을 테니까.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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