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두 엄마의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동산은 디즈니플러스로 바뀌었지만
오늘은 일요일.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첫째 아이의 요청에 따라 아침 메뉴는 맥도날드 맥모닝으로 결정!
'아침은 또 뭘 해 먹나?' 고민하던 차에 아이의 말이 반갑기만 했다.
내가 먼저 말하진 않지만 아이가 햄버거를 먹겠다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먹어도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1인 1메뉴 주문은 필수.
우리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 앞에 놓인 햄버거를 야무지게 해치웠다.
평소에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들이 감자튀김을 집어먹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손가락을 쪽쪽 빠는 모습을 보니 입맛에 잘 맞았나 보다.
그렇게 뚝딱 아침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냉큼 손을 씻고 와 소파에 앉는다.
어느덧 만화를 보기로 약속한 시간이다.
결제할까 말까 망설였던 디즈니플러스는 아이들이 열심히 시청 중이라 본전이 아깝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는 '아기를 부탁해! 토츠'
벌써 몇 번이나 봤는데도 질리지도 않는지 오늘도 토츠를 보겠단다.
나와 남편도 아이들을 토츠에게 부탁하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는 일요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을 켰다.
지금은 워낙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텔레비전이 전부였기에 KBS에서 방영하는 '디즈니 만화동산'을 손꼽아 기다렸더랬다.
텔레비전 소리에 깬 동생과 함께 만화를 보고 있다 보면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셨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에서 라면은 일요일에만 먹을 수 있는 메뉴였기에 너무나 귀했다.
가끔은 떡국떡이나 어묵이 들어가 있기도 했던 엄마표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라면을 먹는 우리에게 엄마는 흘린다며 다 먹고 보라고 잔소리를 하셨던 것도 같다. 그때 동생이랑 서로 더 먹겠다며 싸우다가 혼나서 울기도 했었는데... 생각만 해도 뭉클해진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은 변할 만큼의 세월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며 라면을 먹던 어린 시절의 내가 어느새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햄버거를 먹고, 디즈니플러스로 만화를 본다. 이제 예전처럼 푹 빠져서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화 속 캐릭터들이 꽤 귀엽고, 내용도 재미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싶으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말에도 늦잠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덕분에 강제 기상해야 하는 엄마.
주말만큼은 아침식사 준비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엄마.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에 내 배가 부른 듯 기분 좋은 엄마.
아이들이 만화에 푹 빠진 사이에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엄마.
과거의 엄마와 지금의 나는 다른 듯 닮아있다.
어린 내가 일요일 아침을 기다렸듯이 내 아이들도 일요일 아침을 기다리려나.
나중에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한 일요일 아침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럼 잠시나마 우리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처럼 웃을 수 있을 테니까.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