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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27. 2023

나는 오늘도 반찬가게에 간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반찬가게에 간다.

마침 오늘 밑반찬이 똑 떨어져서 반찬가게에 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정갈하게 담겨있는 반찬들을 쭉 스캔하고, 아이들이 즐겨 먹는 반찬 위주로 하나씩 바구니에 담았다.

소고기 장조림, 시금치나물무침, 연근조림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밑반찬들이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볶음도 있다.

6팩에 2만 원.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만한 곳이 없다 싶다. 콩나물무침은 항상 덤으로 얹어주시는 인정 넘치는 사장님 덕분에 시장가방은 묵직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날씨가 더워져서 식탁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냉장고에 착착 정리해서 넣으며, 잘 먹을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내가 처음 반찬가게에 발을 들인 것은 첫째 아이 네 살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모든 집안일을 내가 직접 다 해야만 직성이 풀렸었다. '이런 성격인 내 탓 이지...' 하며 힘들어도 꾸역꾸역 참아냈다.

하지만 모수 수유를 할 때부터 먹는 양이 많지 않아 나를 애태웠던 첫째 아이는 이유식을 지나 밥을 먹게 되면서부터 더욱더 나를 힘들게 했다. 좋은 재료들로 열심히 만들어 놔도 아이는 잘 먹지를 않았다. 아이가 잘 먹지 않는 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아마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군다나 난 둘째 임신 후 입덧까지 심했다. 첫째 때는 없던 입덧이 둘째 때는 왜 생긴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임신 전보다 임신 후 몸무게가 줄어드는 기적을 몸소 체험하며 궁여지책으로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몇 가지 사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가 잘 먹었다. '엄마 반찬이 맛이 없었던 거니?' 하는 서운함보다는 그저 아이가 잘 먹어주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반찬가게 찬스 덕분에 아이 반찬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수 있었고, 이것은 분명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가끔 반찬가게에 간다는 내 말에 친정엄마는 깜짝 놀라셨다. 반찬을 해 먹으면 될 것을 왜 사 먹냐고 하시며 요리도 하면 는다고,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엄마 역시 나와 같은 두 아이의 엄마지만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는 그야말로 집안일의 고수, 요리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요리에 자신이 없고, 작아지는 나와 달리 엄마는 대충 휘적휘적해도 맛있는 요리가 뚝딱이다.

남편은 장모님이 해주신 건 다 맛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고, 아이들도 삼촌할머니 반찬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객관적인 검증은 된 셈이다.

엄마 손맛을 닮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그 점이 많이 아쉽다.




난 과감하게 요리에 대한 욕심을 살짝 내려놓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반찬가게에 가고, 그렇게 비축한 에너지로 아이들에게 그림책 한 권 더 읽어주고, 아이들과 더 재미있게 놀아주기로 결심했다.

식탁에서 잔소리 대신, "아유, 잘 먹네. 예쁘다."라는 말을 하며 나도, 아이들도 모두가 기분 좋으니 그것으로 된 거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반찬가게에 갔다.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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