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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30. 2023

매정한 키오스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누구에게나 작은 친절이 필요하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키오스크가 막 도입되던 시점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다.

첫째 아이 출산 후 집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 하면서 문명생활과는 점점 멀어졌다.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해 여름 둘째가 태어났기에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하지만 3년이 이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럼 자유롭게 바깥활동을 하고, 외식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선택이 아닌 필연적으로 키오스크를 만나게 되었다. 음식점, 카페, 영화관 등 어디를 가든 키오스크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키오스크 앞에 서면 어쩐 일인지 식은땀이 나는 기분이 든다. 내 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면 더 그렇다. 능숙하게 키오스크를 다루는 사람들 가운데 나 혼자만 헤매있는 듯한 외로움.

커피전문점에 갔을 때 쿠폰을 사용하려다가 진땀을 뺀 경험 때문일까. 직원들이 정신없이 바빠 보였기에 결국 줄에서 빠져나와 다른 주문자가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서 비로소 성공했다. 쿠폰이 뭐길래.

키오스크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그때 나에게는 키오스크가 좀 매정하게 느껴었다. 마치 '어디 한번 주문할 수 있으면 해 보시지.' 하며 나를 지켜보 있는 것만 같았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평소에 자주 가던 메밀소바집에 갔다.

평소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고, 더운 날씨에 점심시간까지 겹쳐 대기줄이 엄청났다.

아차 싶었지만 돌아갈 수도 없었기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동안 대기하는 일 없이 식사를 해서 몰랐지만 이곳도 키오스크 기계로 대기 접수를 받고 있었다.

줄이 줄어들고, 드디어 내 서가 돌아왔다.

그런데 내 뒤에 서계던 어르신께서 작은 목소리로 "아이고... 이거 복잡하네." 하셨다.

문득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보다는 연세가 더 많아 보이긴 했지만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 똑같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직접적으로 도와달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었지만 어르신 뒤로도 줄이 꽤 길었기에 오지랖을 부렸다.

"혹시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어르신의 표정이 밝아졌다.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정보동의 여부를 선택하고, 인원수까지 체크하면 끝.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키오스크를 접할 일이 많지 않은 분들께는 어려울 수 있다.

어르신께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고, 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뻤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 덕분에 키오스크와 셀프계산대 등이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다.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에 쉽게 쉽게 배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시간이 걸리고, 여러 번 반복해도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하기 싫어서 또는 배우려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닌 속도의 차이이지 않을까.

나의 작은 친절이 어르신께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혹시 내 부모님이 키오스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셨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작은 친절과 기다림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누구에게나 작은 친절은 필요하기에. 키오스크는 매정할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는 매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목사진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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