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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Nov 04. 2023

엄마는 프로수발러

감기 바이러스와의 끝나지 않는 전쟁

아이들은 평소에도 엄마를 자주 찾지만 아프면 아예 엄마 껌딱지가 된다.

밥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가만히 있을 때도, 모든 순간 엄마가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되나 보다.

그래서 나의 컨디션은 절대적으로 아이들 컨디션에 달려있다.

아이들이 아프면 엄마인 나는 비상대기 상태로 지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10월은 나에게 꽤나 힘든 나날이었다.




첫째 아이는 길었던 추석 연휴 이후 심한 감기를 앓았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컸던 데다가 연휴기간 내내 쉬지 않고 외출을 한 것이 큰 역할을 한 듯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소아과를 방문해 진찰을 받고, 약을 먹었으나 오히려 증상은 더 심해졌다.

가벼운 기침 증세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항생제 처방을 받고도 아이의 기침은 잦아들지 않았다.

환기도 잘 시키고, 온습도 조절에도 더 신경을 쓰면서 하루 1-2번 네블라이저로 호흡기 치료도 해주었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하교 후 머리가 아프다고 한 아이는 오후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서 독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라는 결과를 들었지만 열이 나니 학교는 가지 못했다.

입맛도 없고, 배도 아프다며 물만 삼켜도 토할 것 같다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속이 상했다.

열은 내렸지만 기침은 더 심해진지 며칠째, 아이는 별안간 가슴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면서도 잘 참아냈던 아이가 눈물까지 보이니 정말 많이 아픈가 보구나 싶었다.

일요일 밤, 결국 야간진료하는 병원을 찾아갔고. 잦은 기침으로 인한 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이 아이에게 잘 맞은 것인지, 아니면 나을 때가 나아서 나은 것인지 그날 이후 아이의 상태는 조금씩 좋아졌다.




그런데 누나가 아파도 옆에서 쌩쌩하게 잘 놀던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 상태가 호전되고 나자 거짓말처럼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혹시나 하고 조용히 지나가는 요행을 바랐건만... 잠복기였나 보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그런치 콧물을 시원하게 풀지도 못하고, 뒤로 넘어간 코 때문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다 심하면 토를 하기도 했다.

잘 때 유독 기침이 심해져서 하루에 한 번 이불 빨래 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잠은 자고 싶은데 자꾸 기침이 나니 잠을 잘 수 없었던 아이는 짜증폭발, 매일 밤마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아무리 안고 달래줘도 소용이 없고 한참을 울고서야 겨우 잠드는 밤이 며칠이나 이어졌다.

어린이집 친구들은 고구마도 캐고, 신나는 체육수업도 했건만 둘째 아이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열 때문에 집콕 신세였다.

예약해 두었던 필라테스 수업을 다 취소하고, 아이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낮에라도 잘 자면 좋을 텐데 낮잠 잘 때도 아이는 괴로워했다.

밥도 안 먹겠다고 도리도리, 좋아하는 젤리도 안 먹겠다고 도리도리, 아이는 겨우 주스와 요구르트로 목만 축이며 일요일을 보냈다.

게다가 해열제를 먹다가 하필 사레가 들려 기침을 했는데 다 토하는 바람에 아이는 약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보리차에 타서도 줘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요구르트에 타서 먹여도 보고, 막대사탕으로 회유도 해보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어느 것도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직 너무 어려서 수액도 맞힐 수 없고, 열이 40도 가까이 오르자 내 속은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수건으로 닦아주면서 어떻게든 열을 내려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붙잡고 강제로 해열제를 먹여봤지만 입에 들어간 약을 다 뱉어놓고도 억울하고 분했는지 아이는 한참을 울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너무 울어서인지 아이는 자면서도 계속 흐느꼈다. 보는 엄마 마음은 더 아프다는 것을 알까.

그래도 약을 다 뱉어내진 않았던 모양인지 아이의 열은 내리기 시작했고, 열이 내리자 컨디션이 조금 나아진 듯 아이는 약 한 번에 사탕 하나를 먹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

악 한번 먹을 때마다 "진짜 잘 먹는다. 역시 형아야!" 오버스러운 폭풍 칭찬은 기본, 사탕까지 입에 쏙 넣어주고서야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감기에서 해방될 즈음이면 엄마인 나에게도 증상이 나타난다.

어른인 나는 약을 먹든, 쉬든 그럭저럭 버틸 수 있으니 차라리 내가 아픈 것이 낫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다고 하지만 안 아팠으면 좋겠다. 그게 너무 욕심이라면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감기약을 안 먹은 지 일주일째, 이제 좀 살만하다 생각했는데 둘 다 코를 심하게 훌쩍이기 시작한다.

단풍도 제대로 못 보고 가을을 보낸 것도 아쉬운데 이렇게 다시 시작하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본격적인 겨울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앞으로 맞이하게 될 겨울이 두렵기만 하다.

부디 이번에는 엄마한테 감기 바이러스 하루빨리 넘겨주고, 너희는 감기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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