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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Mar 29. 2019

NBA카드



학창 시절 모으던 NBA카드 - 당시 앨렌 아이버슨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슈퍼루키로 주목받던 시절 나는 그들과 함께 앤퍼니 하더웨이를 모았었다. 물론 조던을 최고로 동경했지만, 조던 카드는 정말 손에 넣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산 금정산 자락에 있는 금강공원 밑 할머니 댁에서 살았던 나는 꽤나 멀리 있는 중학교를 다녔었는데, 학교를 가려면 산 넘어 물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29번 버스를 타야 했다.

용돈이라곤 일주일에 5천 원 받던 시절, NBA카드는 한팩에 1천 원부터 ~ 1만 원까지 구성되어 있었고, 확률적으로 비싼 팩에 레어 아이템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가방에 책은 안 넣어 다녀도 NBA카드 앨범은 들고 다녔고,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카드 중에는 값어치가 꽤 큰 것들도 몇 개씩 있었다. 어느 날 하굣길에 소위 불량배 형들에게 속된 말로 삥을 뜯긴 적이 있었는데, 카드 사려고 모은 두 달치 용돈은 다 뺏기면서도 NBA카드를 뺏기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도 있다.

그 당시 두 달치 용돈보다 소중했던 그 물건이 지금은 어디 갔는지 기억에도 없다. 돈이며 시간이며 수없이 공들였던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무런 의미 없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한때는 목숨과도 바꿀 것처럼 내게 소중했던 것들이 지금은 관심 밖의 대상이 된 경우들 말이다. 때로는 그 당시의 대상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변한다. 시대가 변화고 주위 환경이 변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한다. 외면만큼이나 내면적인 모습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보이는 것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리고 중요한 것 중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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