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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Mar 28. 2019

독수리 - 삶의 용단, 인고의 시간



독수리는 민첩하고 영민하며 장수하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매서운 눈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그리고 몸통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큰 날개, 게다가 사람과 비슷한 40년에서 7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수명이 40년에서 70년인가? 평균수명 범위의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닌가? 단명하고 죽는 독수리가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수리도 나이를 먹으면서 신체의 변화가 찾아오는데, 부리는 점점 자라 자신의 가슴 쪽을 향해 구부러지고, 길어진 발톱은 안으로 접혀 무뎌지며, 깃털은 두꺼워져 무거워진다고 한다. 그렇게 40년 정도를 살게 되면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고, 더 이상 독수리는 사냥을 하거나 멀리 날아갈 수도 없게 된다.

이때, 40년 정도의 세월을 살아온 독수리는 남은 삶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이대로의 삶에 순응하며 살다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살이 찢기는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새로운 삶을 살 것인가? 전자를 택한 독수리는 야생에 있어서의 생식 능력이 저하되어 머지않아 짧은 수명으로 죽게 된다. 중요한 것은 후자를 택한 독수리의 행동이다.

독수리는 우선 자신의 가슴을 향해 구부러져 있는 부리를 부러뜨리기 위해 절벽 꼭대기에서 급강하하여 땅이나 바위에 부딪히는 행동을 반복한다고 한다. 그렇게 부러진 자리에 새롭게 날카로운 부리가 자라나게 되면, 그 날카로워진 부리를 이용해 길어지고 무뎌져 버린 발톱을 스스로 뽑아버린다. 그리고 무거워진 자신의 날개의 깃털 마저 뽑아 버린다.

새 부리가 나고, 발톱이 다시 자라나게 되면 원래의 용맹스러운 야생의 독수리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이러한 삶의 용단과 인고의 시간은 약 150일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독수리는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앉아 날지도 먹지도 못하고 때를 기다린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제2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가 있겠는가. 이처럼 무언가의 결심과 변화가 3일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참으로 힘든 것 같다. 누구나 변화와 혁신, 환골탈태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월 속에서 무뎌지고 구부러진 독수리의 모습과 같이, 우리도 알게 모르게 세월 속에서 마음이 늙고 살찌며 변화보다는 안주를 택하고 비대해졌다.

생살이 찢기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새로운 목표로 삶을 변화시키고 그동안의 삶에서 탈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무뎌지고 비대해진 나 스스로의 현주소를 먼저 파악하고 독수리가 선택한 삶의 용단과 인고의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우리가 더 이상 똑같이 반복되는 '다짐하고 곧 실패하는' 삶에서 진정한 변화를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수하는 독수리의 30년 생명연장의 꿈이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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