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수만 가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들, 그것을 내가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한 것과 같다.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눈빛 표정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음에, 내가 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당신의 표현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탓해서는 안된다. 물론 누구나 타당하다고 여길 수 있을 만큼의 정도를 넘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를 탓하지 말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하는 연애에 있어서의 그 '정도'를 말하는 것이지. 그 '정도'라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단지 '나는 열심히 표현했는데..' 또는 '굳이 말로 해야 아는가..' 또는 '충분한 표현에도 당신이 둔해서'라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핑계가 성립하기 위해선 제 아무리 상대방이 둔한 사람이라고 한들, 그 상대방이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당신이 필연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상대방의 책임으로 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구애의 울음만 터뜨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의 노력이 수반됨은 당연한 전제가 된다. 사랑은 일방이 아닌 쌍방향 유비쿼터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허벌판 진흙으로 뒤덮인 곳에서 진주를 찾는 일이고, 이를 닦고 다듬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만드는 수고로움은 필연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수고로움 없이 일방적인 사랑을 꿈꾼다면 당신만 바라보는 수족관의 열대어를 키우는 게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