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로 정신없던 아침, ‘1년 중 가장 지출이 큰 5월 가정의 달’이라면서 대출 조건을 알아봐 준다던 토스의 알람 때문에 아침부터 적잖은 심적 부담이 느껴지던 찰나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 한통을 확인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산의 한 사회복지 법인에서의 봉사활동으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진 선생님의 연락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사치레의 연락이 부질없게 느껴져 인간관계의 디톡스를 실행했더니 상당 부분 정리가 되었는데, 덕분에 덩달아 잊고 지냈던 소중한 인연들의 갑작스러운 연락에는 늘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통화를 했다간 1시간이 기본이라 출근길 짧은 이동 시간의 선생님과의 통화는 다소 부담스럽고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전화를 드렸더니 다른 분과의 통화를 하려다가 내 번호를 잘못 누르셨다는 것이다. 순간 그 짧은 시간에 내렸던 얄팍한 마음들이 부끄러워졌다. 1년에 몇 번이나 통화를 한다고 그 1시간이 두려워 나는 마음을 졸였을까? 통화하는 내내 햇살이 좋아 오히려 나에겐 출근길에 경험하지 못할 몇 없는 정말 귀한 시간이 되었는데 말이다.
뜻하지 못한 국면이 내게 뜻하지 않았던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야근의 고달픔을 달랬던 소주 한잔의 달콤함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