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나홀로 PM이 수 많은 일 처리하는 현실적인 해결방법
스타트업에서 PM을 하고 있는 주니어 기획자가 고민하다가 질문을 하나 남겼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5년차 기획자입니다. PM 역할도 하고 있고 저 혼자 기획자인 상황입니다.
제 위로는 CMO가 있는데 항상 바쁘시고 저 혼자서 프론트, 백오피스, 서비스 운영, voc, 데이터 분석 등 많은 업무를 다 하려니깐 너무 벅찬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몇년 전에 경험했던 것과 아주 똑같은 상황이라 그냥 넘거갈 수 없었습니다.
회사 내에 유일한 기획자, 나홀로 기획자이자 PM, 모든 업무가 나한테 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기획자는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일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죠.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 이외의 업무는 기획자에게 맡겨지는 것이 경험이 많았습니다.)
나홀로 기획하는 주니어 기획자들이 힘든 이유는 아래 두 가지가 아닐까요?
1. 해야할 업무가 많다.
2. 회사내에서 이러한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
해야할 업무도 많은데 이러한 고민을 혼자서 끙끙대며 다 해결하려면 정말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2번처럼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 답답했습니다. 이것이 맞나? 이렇게 해도 되나? 여러 번 벤치마킹을 하고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여러차례 해봤죠.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맡은 업무 정리'였습니다.
최근 한달간 진행했던 업무를 쭉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어떤 일을 했는지 쭉 엑셀에 한 줄 한줄 적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일간, 주간, 월간, 수시' 등의 라벨을 붙여 주기별로 정리했습니다.
이정도로 리스트업하니깐 이제야 내가 힘들어하는 업무가 어떤 것인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월간] 프리랜서 계약 관리
[월간] 아르바이트 채용 및 관리
[주간] 기존 서비스 개선사항 기획
[주간] 신규 서비스 기획
[주간] 공모전 정보 모니터링
[주간] 외주 프리랜서 업무 지시 및 관리
[주간] 정부지원사업 업무수행 및 관리
[일간] 앱스토어/구글플레이 CS
[수시] 개발 이슈 대응
제가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CS였습니다.
대표님도 이걸 강조하고 있었고, 저 역시도 CS를 알아야 서비스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꽤나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많은 업무가 있는데 VOC에 매달리다보면 다른 일은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또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가입자와 방문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에 비례해서 VOC도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VOC 처리 시간을 줄이지?'
가장 좋은 방법은 'VOC를 처리할 전담인력'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제가 하던 서비스의 매출은 미비했습니다.
영업에서 벌어드리는 수익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 대표 입장에서는 신규 인력을 뽑아주긴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보이고 향후에도 지속해서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야 추가 인력을 뽑으려고 하죠. 미리 선투입하여 인력을 투입하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규 인력에 대한 부분은 포기했죠.
그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우선 제가 가진 CS를 분석했습니다.
반복되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은
'상품 등록 방법/절차'였습니다.
전체 문의 건수의 40%정도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이 문의만 줄어도 VOC 처리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깐요.
1. CS업무 이관
2. 상품 등록 관련하여 도움말(Help text) 및 FAQ 업데이트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이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였습니다.
우선 기회가 있을 때마다 CS 업무로 인해 다른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것을 어필했습니다.
제 바로 윗선인 CMO에게도 보고했고, 주간회의때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았습니다.
바로 두 번째 언급한 상품 등록 개선이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 작업해 놓은 상태는 너무나 불편하고 당연히 고객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용어도 어려웠고, 입력해야 되는 항목도 많은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헤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품등록 페이지를 개편에 들어갔습니다.
조금 더 알기 쉽게 연관된 항목을 나누어 그룹화를 하였고, 필요한 부분에는 도움말(Help text)를 항목 아래에 넣어주었습니다.
또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FAQ 상세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주어서 즉시 해결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처리하고 배포하고 나니깐
정말 제 고민중 하나였던 CS도 감소하였습니다. 제가 세운 전략이 맞아떨어진게 어찌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CS가 감소한 것도 기뻤지만 예측했던 대로 CS 건수가 줄은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규 서비스 기획에 들어가야 될 상황에 놓였고,
사전에 여러차례 말했던 것이 빛을 바라면서 CS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기존 서비스 운영에 신규 서비스 구축까지 진행하면 CS 업무는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하셨는지 대표님과 CMO는 내부 회의를 거쳐서 CS 업무를 다른 분께 배정해주셨습니다.
당시 그 업무를 맡았던 분은 경영관리 업무를 맡은 주니어였습니다.
제가 정리했던 FAQ 내용을 바탕으로 업무 인수 인계를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제 손에서 떠난 것은 아닙니다.
이슈가 생길때마다는 경영지원 주니어분에게 도움을 드려야 했죠,
그래도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줄어든 것은 꽤 큰 성과였습니다.
이젠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서비스 기획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3줄 요약
1. CS는 중요합니다. 고객이 어떤 점에서 불편을 겪는지 알면 이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기획자는 이런 CS를 모두 담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3. 서비스 구축, 기존 서비스 운영, 서비스 지표 분석 등 조금 더 매출을 위해 해야할 일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