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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각 Oct 23. 2020

재택근무 시대의 디자인 도구

멀티플레이어 디자인 도구 피그마의 도입이 조직에 미친 영향

피그마 Figma는 가장 최근 등장한 UX/UI 디자인 도구이자 트렌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프트웨어이다. 나는 일 년 전부터 네 명의 디자인 팀 동료들을 포함한 다수의 스테이크홀더 (Stakeholder, 이해관계자) 들과 함께 피그마를 이용해 디자인 협업을 진행해왔다. 일 년 동안 사용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환상적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통해 피그마의 장단점 및 조직 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피그마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도구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구글 드라이브 Google Drive와 구글 닥스 Google Docs처럼 온라인에 저장이 가능하고 작업 및 수정이 가능한 디자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웹소켓 WebSocket 기술을 이용한 웹 기반 SaaS (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버전의 디자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 기능이 탑재되어 현재 누가 어느 파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같은 파일을 다수의 사람이 접속하면 서로의 커서가 보인다.


다른 사용자의 노란색 커서에는 사용자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내 커서는 일반적인 검은색 커서이다. Image by Figma Blog


접속한 사람들의 아이콘이 문서 우측 상단에 표시된다. Image by Figma Blog


실제 여러 사용자가 동시 접속하여 작업하는 화면 Image by Figma Blog


멀티플레이어 기능이 편리한 이유는 의사소통이 엄청나게 쉽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CEO와 디자인 팀장,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 에이전시가 그들의 고객사와 줌 Zoom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격 디자인 미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스케치앱 SketchApp이나 포토샵 Photoshop 같은 기존의 도구로 작업을 할 경우 아래와 같은 대화가 예상된다.



[피그마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팀장: 지금부터 저희가 준비한 앱 디자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디자이너님, 포토샵 파일 좀 열어주세요.


디자이너: 네, 제 화면을 공유하겠습니다. 첫 번째, 메인 화면입니다.


팀장: 디자이너님, 메인 화면은 지난주에 봤으니까 프로필 화면부터 보죠. 자 이제... (... 설명...)


CEO: 팀장님, 저는 메인 화면부터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요.


디자이너: (급히 화면 이동)


고객: 화면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잘 안 보입니다. 인터넷 접속이 좀 느린 것 같아요.


(... 혼란...)


CEO: 역시 직접 만나서 미팅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네요.



위의 가상 시나리오는 화상 회의 중에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다. 화상 회의에 능숙한 회사와 고객이라면 이런 경우를 겪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디자이너는 원격으로 디자인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과 불편함이 존재한다. 반면 피그마를 이용할 경우 디자이너가 화상 채팅을 통해 화면을 공유하는 대신 각각의 회의 참여자가 웹으로 피그마 파일에 접속해 디자인을 살필 수 있다. 특히 회의 참여자가 디자이너의 프로필 아이콘을 클릭하면 디자이너가 커서와 화면을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치 디자이너의 어깨너머로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회의 참여자가 디자이너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디자이너가 커서와 화면을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Image by Figma Blog


따라서 컨퍼런스 콜을 하면서 피그마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경우 아래와 같은 대화가 가능하다.



[피그마를 사용하는 경우]


팀장: 지금부터 저희가 준비한 앱 디자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메일로 보내드린 피그마 링크를 여시고 디자이너의 프로필 아이콘을 클릭하시면 디자이너의 화면이 공유됩니다.


디자이너: 네, 모두 준비되셨지요? 첫 번째, 메인 화면입니다.


팀장: 디자이너님, 메인 화면은 지난주에 봤으니까 프로필 화면부터 보죠. 자 이제... (... 설명...)


CEO:  (지난주 미팅에 참석하지 않은 CEO는 스스로 메인 화면으로 이동해서 혼자 메인 화면의 디자인을 살핀다. 잠시 후 디자이너의 프로필 아이콘을 클릭해서 디자이너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복귀한다.)


디자이너: (프리젠테이션 진행 중)


고객: (디자이너 설명 중 다시 확인하고 싶은 부분으로 돌아가서 확인 후 디자이너의 프로필 아이콘을 클릭해서 디자이너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복귀한다.)



마치 직접 만나서 미팅을 하는 것처럼 발표자를 제외한 다른 회의 참여자들은 자유롭게 다른 스크린을 오가며 디자인을 확인하고 다시 발표자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복귀할 수 있다. 회의 중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일 년 여의 기간 동안 열 명이 넘는 회의 참여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디자인 회의를 진행해 본 결과, 피그마가 다른 어떠한 디자인 도구들보다 편리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피그마가 완벽한 감시의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의 경영자 혹은 조직의 리더로서 피그마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조직의 리더라면 대부분 감시의 용도가 아닌 효율성을 높이는 등 좋은 의도로 피그마를 도입할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원들이 피그마 도입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일 경우, 조직은 크고 작은 불신과 오해에 휩싸여 더 큰 비효율을 맞이할 위험이 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경영자들이나 조직의 리더가 작업이 진행 중인 디자이너의 파일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단 서로 엄청나게 바쁘기도 하고, 정해진 기한 안에 디자인이 완성되어 전달되기만 한다면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하던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조직 특유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3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째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지만 피그마 덕분에 굉장히 효율적인 디자인 및 개발 업무를 진행 중에 있다.


피그마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신뢰가 존재하는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조직의 리더라면 효율성과 신뢰를 함께 높일 수 있는 디자인 도구의 도입을 실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보다 효율적인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피그마 이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Cover photo by Chris Montgome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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