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을 담으려
발길을 멈추고
지나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서두르지 않는다.
기차는 늘 제 시간에 지나가니까.
내가 원하는 그 순간은
조금 기다려야 도착한다.
바람에 부딪치는 물결
아무도 지나지 않는
거대한 회색빛 다리 위를
갈매기 한 마리가 가로지른다.
추운 날씨와 세찬 바람
그냥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할 즈음
멀리서 들려오는
덜커덩거리는 소리.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다리위로 초점을 맞춘다.
짧은 기다림은 그렇게 끝났지만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순간이
영원한 기록으로 담기기 시작했다.
살아보니
살아가는데 이유나 의미가
다 필요한 건 아니더라.
그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게 사는 것이더라.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