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내 어깨를 스치고 사라졌을 때
나는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쌌고
이내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도
내 그림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
희미하지만
숨을 쉬고 있었고
손끝에서 저려오는
차가운 냉기도
아직도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유리창에 남겨진
입김 같은 존재일까
호하고 불어도
이내 차가워지고
흐려지고 마는 입김일까
누군가 손바닥으로
훑으면 사라지겠지
아무에게도 닿지 않아도
머지않아 그렇게
그냥 공기 속으로
흩어지겠지
다시,
한 걸음 멈춰서
유리창에 서린
나를 바라본다
습기 가득찬
내 모든 기억이 흘러내려도
나는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