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닮고 싶다.
‘윤희에게’ 원제는 ‘만월’ 스포일러가 있지만 스포 당해도 상관없는 영화입니다만 원치 않으며 읽지 마시길!
몇 년 전 보았지만 다시 보았다. 어렴풋이 줄거리만 기억이 나는 작품이었는데 술 안 마시고 집중해서 보니 많은 것들이 보였다. 굉장히 미니멀하다. 과잉이 없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명확했다. 그럼에도 좋은 영화다.
**사랑하면 닮고 싶다.**
새봄은 삼촌에게 묻는다. “나 엄마 안 닮았지? 엄마는 예쁘잖아, 아빠 닮은 것 같아”, “새봄이는 엄마 닮았지” 그러자 새봄은 옅은 미소를 짓는다. 새봄은 엄마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묻는다. 왜 사냐고… 자식 때문에 살지 말고 엄마 삶을 찾으라고
**담배**
사랑하면 닮고 싶다는 명제를 대놓고 상징하는 장치이다.
경찰서로 아빠를 찾아간 새봄은 엄마와 왜 헤어졌냐고 묻는다. 아빠는 한숨을 쉬다가 담배를 끊었다며 사탕을 먹는다. 이제는 담배를 피우는 윤희를 따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랑이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엄마는 새봄에게 라이터를 빌린다. 새봄은 미소 짓고 애교를 부리며 “알고 있었어? 나도 펴도 돼? “라고 말한다. 새봄은 엄마를 사랑해서 따라 하고 싶었다.
영화의 막바지,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도 담배를 피우려고 한다. 새봄은 그걸 발견하고 묻는다. “왜 피우려고 그래? 어떻게 피우는지도 모르는 애가”, “그냥 너 피울 때 같이 피우면 좋잖아” 새봄은 그런 경수가 사랑스러워 입을 맞춘다. ‘난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쥰도 19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고 말한다. 윤희가 동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윤희를 사랑했던 것(흡연)으로 유추할 수 있지만 윤희와 쥰이 만났을 때 서로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다. 서로의 꿈을 꾸지만 그건 처음 나의 자아를 발견했을 때의 그리움일 뿐 사랑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사랑은 관심이다. 영화에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상대방이 담배를 피우는지, 레즈비언이었는지, 남자 친구가 있는지, 숨긴다고 생각해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모른척하고 있다. 섣부르게 그걸 꺼내면 상처받을까 봐. 그럼에도 조심스레 그 감정과 사실을 끄집어내었을 때 그들은 사랑은 더욱 단단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전남편 인호**
답답한 모습에 욕을 많이 먹었던 캐릭터이지만 왠지 애착이 갔다. 처음엔 의존적인 사람이라서 윤희에게 사랑을 구걸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하니까 윤희를 따라 담배를 피우고, 자꾸 챙겨주려고 한다. 윤희는 알고 있다. 이 사람의 사랑도 본인이 원해서 하는 사랑이 아니라 외부의 압박에 의해 시작된, 책임감과 불안감을 기초로 둔 감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매몰차다. 하지만 의존할 사람이 필요해서, 사회적 책임감을 다 하기 위한 사랑도 사랑이 아니던가. 의존적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조금 찌그러졌다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완벽한 사랑은 없으므로. 결국 진짜 자신의 사랑을 찾아 청첩장을 건네는 순간 윤희도 진심 어린 응원과 함께 미소 지어준다.
**책임감**
우리는 사춘기 때 처음 자아를 탐색한다. 윤희와 쥰은 사춘기 시절 진짜 나를 발견했지만 그걸 책임지기엔 너무 어렸고 너무 무기력했다. 그런 시대였다.
그 나이엔 부모나 양육자의 압박이 진짜 나의 모습을 억누르고 통제한다.
조금 더 크면 어른의 책임감이라는 사회적 압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윤희는 40살이 넘도록 그 책임감을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 그녀에게 영양사는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윤희는 내가 참아온 삶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깊은 빡침에 퇴사를 하고 일본으로 떠난다.
스피노자는 말한다. “네가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라고”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그것이 힘든 시대에 살았던 윤희는 시대의 탓도 오빠의 탓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용기 있게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하며 영화를 끝이 난다.
퀴어 영화라기보다는 성장 영화다. 사랑은 닮고 싶은 거고 닮아가는 것이며 진짜 너의 삶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새봄이 넌 인물 사진은 안 찍니?” “네, 전 아름다운 것만 찍어요”
우행시를 하며 서로 장면과 생각을 나누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이나 영화의 상징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영화는 같이 봐야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