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
“언니라고 하지도 말고, 인사도 하지 마.”
둘째가 막내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대요.
막내는 그 말을 또박또박 기억해두었고,
며칠 전 학교에서 작은언니를 마주쳤을 때 이렇게 불렀대요.
“사촌오빠!”
아이쿠야,
사연의 시작은 이랬어요.
첫째는 집 근처에선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 가지 않아요.
같이 운동하는 것도, 외출도 함께하려 하지 않아요.
처음엔 '우리가 부끄러운가?' 싶어 서운했는데,
친구들이 가족을 아는 게 싫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치렁치렁, 알록달록한 패션으로
엄마를 당황케 했던 꼬꼬마 시절엔 손만 잘 잡고 다녔는데 이제는 남 시선을 의식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둘째에게도 그런 시기가 찾아왔나 봐요.
“예전에 급식 먹으러 남자애, 여자애들 다 한 줄로 서서 가고 있었는데
셋별이가 어떤 친구랑 손잡고 ‘언니~’ 했는데
쪼금 부끄럽더라.
그래서 그때 말했던 거야.
언니가 친구랑 다닐 때는 시끄럽게 부르지 말고,
조용히 다가와서 ‘언니’라고 하는 건 괜찮다고.
언니의 동생이니까, 언제든지 ‘언니’라고 부를 수 있어.”
하지만 막내는 그 말을 너무 마음에 새긴 나머지
진짜 ‘언니’라는 말을 피하려고 애쓴 거죠.
그래서 튀어나온 한마디.
“사촌오빠.”
“그래도 사촌언니라고 하지, 내가 남자야? 사촌오빠는 뭐야.”
하니까 막내가 대꾸했어요.
“그럼 나한테 사촌 남동생이라고 불러.”
ㅎㅎㅎ
언니를 언니라 부르지 못하고,
밖에서는 내 딸이라고 아는 척도 못하고…
이 시기,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겠죠?
그래도 언젠가,
이 시절을 함께 웃으며 떠올릴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