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해
아이들 2학기 방과후 미달강좌 추가모집 문자를 받고,
후다닥 신청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둘째가 좋아하는 줄넘기는 대기 5번,
막내의 요리는 대기 3번.
ㅜㅜ
따로 메모해두지 않아 신청 기간을 놓쳐버린 저를 자책하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그날, 저는 처음 알게 됐어요.
글쎄 둘째가 1학기 내내 줄넘기 시범단으로
강당 무대에 올라가 줄넘기를 해왔더라고요.
“왜 진작 얘기 안 했어?”
“난 엄마가 알고 있는 줄 알았지.”
“엄마가 알았으면 진작 축하해줬지!”
이게 왜 축하할 일이냐면요.
둘째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큰 편이에요.
저의 키는 벌써 따라잡았고, 스스로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생각해 달리기나 뛰는 운동은 주춤하는 편이에요.
그런 아이가 줄넘기 시범단에 들기까지 얼마나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하니, 저는 더 미안해졌어요.
줄넘기를 잘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조근조근 말해주는 아이를 보며
제 마음 한구석이 찌릿했어요.
그러다 아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 난 노력형이네.
근데 노력형은 너무 많이 노력해야 하잖아.
그래서 싫어.
재능형이 되고 싶어.”
“그렇긴 하지…”라고 대답했지만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어요.
저 역시 노력형이에요.
춤도, 캘리그라피도, 글도.
나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매일 조금씩 연습해왔고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껴요.
아이들이 제가 쓰는 손글씨를 보고
“엄마는 재능이야”라고 말할 때면
속으로 웃어요.
이건 재능이 아니라 꾸준함이라는 걸
저는 너무 잘 알거든요.
그래서 둘째의 마음이 더 이해됐어요.
“나도 잘하고 싶다.”
“저 아이처럼 되고 싶다.”
그 마음으로 매일 연습했을 거예요.
그 때는 아이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해줘야 할 말이 생각났어요.
'무엇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요.'
결과, 재능 중요하죠.
하지만 재능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잘하고 싶어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더 멋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노력한다고 다 이룰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그게 곧 자신감이 되고,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죠.
둘째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줄넘기를 해 온 시간들이 얼마나 귀하고 멋진지.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미 충분히 멋지다고.
그러니까 앞으로도 엄마랑 같이 매일 꾸준히 해보자고요.
.
.
.
2학기에도 줄넘기를 꼭 하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저는 그 날 줄넘기 선생님께 둘째의 차례가 되면 꼭 연락해달라는 문자를 보냈어요.
2학기에도 둘째가 꼭 줄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