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세요
사춘기 아이가 건네는 포옹은
‘미안해’와 ‘고마워’와 ‘사랑해’가 한 번에 들어 있는 언어다.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데, 첫째가 팔을 활짝 벌리며 다가왔다.
우리 집에서 팔을 벌린다는 건, ‘안아달라’는 신호다.
안아주자 첫째가 조용히 말했다.
“방학 동안 내가 너무 말을 안 한 거 같아가지구.”
그 말에 픽, 웃음이 났다.
나는 방학 전이나 방학 때나 아이와 늘 변함없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장을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내 기준에선 충분했다고 여겼는데
아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엄마도 바쁘고 나도 방으로 자꾸 들어가니까”
우리 집에서는 사춘기를 ‘성장과정’이라 부른다.
그 문턱을 넘나드는 중2 딸은 요즘 말보다 ‘표정’과 ‘기분’으로 하루를 전한다.
늘 화도 먼저 내고, 사과도 먼저 하고.
'이럴 거면 화를 안 내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성장과정이겠거니 한다.
말은 줄었지만,
마음은 줄지 않았다는 걸 이렇게 알려주니 그거면 됐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