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는 왜 늘 가만히 있지 않으실까?

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게 많았나봐

by 아이맘띵



“아이들 방학 안 했어?”
엄마의 말이 아이들 방학동안 문득문득 생각났다.

예전에는 아이 셋을 혼자 데리고도 잘 다니던 내가, 요즘은 시간이 안 된다는 핑계로 시골에 가는 일이 뜸해졌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휴가가 생겼다.
엄마 아빠께 가야겠다 싶었다.

저번 주, 삼계탕을 대접해드리고자 부모님 댁을 찾았다. 아빠는 빠질 수 없는 동갑계 모임이 있어 엄마만 모시고 삼계탕을 먹었다.
엄마는 큰 닭다리 하나를 뜯어 내 뚝배기에 옮겨주고 숟가락을 들었다.
둘째에게는 뜨겁다고 한 국자씩 덜어주셨고, 첫째에게는 덜어 먹으라며 “안 그러면 밥이 삭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진짜 대접을 받은 건 나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마당 한 켠에는 미리 준비해둔 정구지(=부추), 고구마줄기, 파, 오이, 가지, 참외, 토마토, 깻잎이 놓여져 있었다.
엄마는 감자 한 봉다리, 얼린 돼지고기와 다진 마늘까지 추가로 챙겨 나오셨다. 오후에 일을 나가셔야 했는데도 한시도 가만있지 않으셨다. 엄마의 집은 마치 화수분인 것 마냥 무언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퍼주면 엄마는 뭘 먹냐는 나의 말에 엄마는 우리는 또 따서 먹으면 된다는 말만 하셨다.
삼계탕 한 끼를 사 드리러 갔다가, 내 트렁크는 사 갖고 간 복숭아 한 상자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보따리로 채워졌다.

문득, 당일치기로 시골에 다녀왔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 8시 반30분에 집에 도착하셨다. 엄마가 싸준 보따리를 다 정리하고 잠시 앉아 쉴 때였다.
첫째가 말했다.

“할머니가 쉬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러게, 괜히 왔나봐.
안 올 걸 그랬나봐"

“할머니가

엄마한테 해주고 싶은 게 많았나 봐.”

엄마는 언제나 그러셨다. 피곤한 몸에도 내색하지 않고, 있는 것을 다 내어주시고, 더 주고 싶어 하셨다. 아이 눈에도 할머니는 쉬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사랑으로 비췄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는 이 정도까지는 진짜 안 받고 조금만 갖고 와야지.
엄마 옆에 앉아 이야기 나누고 와야지.

집에서 불과 3분쯤 달렸을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쯤 갔어? 수박 안 갖고 갔네~”

안 가지고 가면 엄마는 수박을 볼 때마다 마음이 걸리실 것을 나는 안다.
차를 돌렸다.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추가로 한 덩이 얹고 돌아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2 딸이 전한 '미안해'와 '고마워'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