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더운 여름아

계절에게 인사하는 아이

by 아이맘띵


아이 손을 잡고 피아노 학원 가는 길.
이번 여름이 유독 더웠던 탓에 7분 정도의 짧은 거리임에도 땀이 나서 아이에게 혼자 가라고 했던 바로 그 길.
그날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나: 셋별아, 가는 여름한테 한마디해.
셋별 : 잘 가 더운 여름아
여름아 다음엔 안 덥게 해 줘.


나: 오는 가을한테도 인사해야지.
셋별: 사랑해 가을아

셋별: 더더더더 나중에 오는 겨울에게도 인사해야지.
나: 겨울은 아직 좀 남았는데?
셋별: 아니 가을이랑 겨울이랑 비슷해.


나: 알았어. 그럼 겨울한테도 해봐.
셋별: 엄청 엄청 엄청 사랑해 겨울아.
나: 겨울을 제일 사랑하는 거야?
셋별: 어. 겨울이 제일 좋아.
겨울이 내 생일이잖아.

아이는 자기 생일이 있는 겨울을 기다리며, 떠나는 여름에게 다가오는 가을에게 하나하나 마음을 전한다.
그 순수한 마음과 기대가, 길을 걷는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제, 더워서 “혼자 가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이와 걷는 이 짧은 길이 언젠가는 가장 긴 그리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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