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면 세 방 떨어질 걸

개미의 일기

by 아이맘띵

공부 삼아 시작한 모의투자라지만, 최근의 시장은 한겨울 찬물로 머리를 감는 것만큼이나 정신 번쩍 들게 매서웠다. 뉴스 헤드라인은 온통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도배되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시장을 덮쳤다. 화면 속 지수는 무서운 기세로 깎여 내려갔다. 두 번의 큰 폭락.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던 그 며칠간, 나는 차트 너머의 세계정세를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이 9%나 급등하며 솟구쳤다. 어질어질한 변동성이었다. 폭락 뒤의 강한 반등을 보며 나는 무언가 깨달아 남편에게 비장하게 말을 건넸다.

​"코스피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떨어졌다가 9% 올랐잖아. 이렇게 크게 두 방 떨어졌을 때 주식 사면 어때?


​나름 시장의 생리를 파악했다는 자신감이 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남편은 아무 감정이 섞여있지 않은 무표정으로 한마디 툭 던졌다.

​"당신이 사면 세 방 떨어질걸."

아!...​

순간 말문이 막혔다.
'두 번의 하락 뒤 매수'라는 나의 완벽한 논리는 남편의 '세 방'이라는 말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제 바닥이다"라고 확신하며 들어가는 그 지점이, 실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탈출구'일 수도 있고, 아직 하락의 재료가 더 남았을 수도 있는데.
투자자의 심리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위험한지를 남편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모의투자를 하며 배우는 건 단순한 종목 분석만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그리고 그 공포의 끝에서 반등이 올 때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다시 고개를 드는지 몸소 체험 중이다. 무엇보다 "내가 사면 더 떨어진다"는 남편의 뼈 아픈 말를 마음 한구석에 묵직하게 담아둔다.

​시장의 거친 파도 앞에 서서 나는 다시 한번 투자의 본질을 곱씹어 본다.
​"영원히 내리는 시장도, 영원히 오르는 시장도 없다.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판다."

​반도체 상승장의 환희 속에서 매도를 하지 않으니 그 돈은 내 돈이 되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떨어져 버렸다. 이제 나는 시퍼런 하락장 앞에서도 냉정한 심장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남들이 두려워 뒷걸음질 칠 때, 오히려 기회를 포착해 낼 수 있는 그 단단한 용기가 앞으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근육임을 알기에.
​하지만 아까 전 남편이 던진 농담 섞인 경고가 귓가에 맴돈다.

​근데 말이다.

정말로 남편 말처럼 내가 샀는데 세 방 떨어지면 어떡하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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