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눈부셔
유난히 거울 앞의 내가 마음에 드는 날이 있다. 화장은 들뜨지 않고 내 피부와 하나가 된 듯하고, 맘에 안 들었던 머리스타일이 내가 딱 원하는 방향으로 머리칼도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스스로가 꽤 근사해 보여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그런 날.
두둥실 기분 좋게 거실로 나갔다. 그곳엔 주말의 평화로움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이불과 한 몸이 되어 누워있는 남편이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슬쩍 다가가 물었다.
“나 오늘따라 좀 예쁘지?”
남편이 슬쩍 눈을 떠 나를 한 번 쳐다봤다. 칭찬에 인색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낯간지러운 소리를 늘어놓는 타입도 아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내심 기대하던 찰나, 남편은 슬며시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말했다.
“아이구, 눈부셔!”
그 엉뚱하고도 재치 있는 반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뻔한 “응, 예쁘네”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유쾌한 고백. 남편의 그 짧은 위트 한 마디에 내 아침은 순식간에 화창한 봄날이 되었다.
남편의 이런 재치와 유머는 우리 집의 공기를 바꾸는 마법이다. 남편이 나를 웃게 하면, 나는 진심으로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 행복한 기운은 고스란히 남편에게로, 다시 우리 아이들에게로 흘러간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 저녁 반찬 하나가 더 정성스러워지고, 아이들이 바닥에 버려두고 간 흔적에도 관대해진다.
결국 남편의 유머 한 조각이 우리 집 전체에 웃음꽃을 피우는 씨앗이 되는 셈이다.
행복은 거창한 이벤트나 값비싼 선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내의 자존감을 살짝 높여주는 센스, 민망할 법한 순간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여유. 그것이 우리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부드럽고도 단단한 힘이다.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겠거니' 하며 표현을 아끼는 남편들이 많다. 하지만 사랑은 머리로만 알고 있는 관념이 아니라, 입 밖으로 꺼내어 나누는 다정한 '신호'에서 시작된다. 아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코미디가 아니다. 그저 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마음을 위트로 슬쩍 버무려 전달하는 여유면 충분하다.
우리 남편의 "아이구 눈부셔"라는 너스레처럼 방식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오늘 하루 아내를 웃게 만들겠다는 작은 다짐 하나면 어떨까. 쑥스러움을 걷어내고 던진 유머는 반드시 더 큰 다정함이 되어 남편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오늘도 거실 한구석에서 나를 웃게 만든 남편 덕분에, 우리 집엔 기분 좋은 햇살이 머문다. 가끔 사주는 비싼 가방보다 더 자주, "눈부시다, 예쁘다"라고 말해주는 다정함.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법,
참 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