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의 무게
“엄마, 나 잘할 수 있을까?”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딸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우리 첫별이는 잘할 수 있지.”
짧게 대답했지만, 아이의 눈빛은 어딘가 불안했다.
“근데 말이야...
난 엄마 아빠를 공부로 실망시켜 본 적이 없는데,
혹시 실망할까 봐 그게 걱정돼.”
그 말을 듣는 순간, 잠깐 멈찟했다.
‘실망할까봐’라는 말 속엔 아이가 짊어진
보이지 않는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엄마 아빠는 첫별이 성적으로 실망하는 사람이 아니야.”
진심을 담아 말했지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빠는 괜찮을 것 같은데…
엄마가…”
웃음이 나왔고, 마음은 찡했다.
-
오늘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됐다.
그저 시험일 뿐인데, 아이는 그것보다 더 큰 무게를 느낀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는 걸
아이를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엄마 아빠가 아이를 걱정하듯,
아이도 부모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면
혹시 실망할까 봐,
괜찮지 않을까 봐.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아침에 이렇게 말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너무 잘하려고 하면 힘드니까,
떨지 말고 그냥 보고 와.”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덧붙였다.
‘엄마는 괜찮아.
네가 어떤 점수를 받아도 엄마늘 늘 네편이야 ’
#중학생딸 #기말고사 #딸셋엄마 #손글씨일기 #엄마의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