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경청해

10살에게 경청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하지 않게 기억하는 것

by 아이맘띵

엄마 내가 크면 내가 부자 돼서 엄마한테 재킷이라 치마랑 드레스랑 신발이랑 운동복이랑 입생로랑이랑 구찌랑 루이비똥 사줄게. 목걸이도.

​아이가 불쑥 내민 선물 목록은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다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이고 게다가 명품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싶었다.

​"와! 엄마가 그거 다 사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놀라 묻는 내게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엄마가 말하잖아."

​머쓱한 웃음이 났다.
지나가는 말로 흘렸던 나의 욕망들을 아이는 조용히 수집하고 있었나 보다.

기특한 마음에
"근데 늘 말해도 기억 못 할 수도 있는데 셋별이는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었는데?"라고 칭찬하자, 아이가 나를 더 놀라게 했다.

​"엄마, 난 경청해.
나는 사람이 필요하거나 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기억해 둬. 머릿속에 담아둬."

"왜?"

"왜냐면 만약 잊으면 상대방이 슬퍼하니까."



​설거지하고 있는데 받아쓰기 100점 맞았다고 보여주는 막내에게, 내가 한참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을 때 다하면 말해달라고 했던 둘째에게, 첫째의 말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내 이야기를 해버렸던 그 순간들이 미안하고 부끄러워 한동안 정지 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

집안일을 핑계로, 해야 되는 일을 한다는 변명으로, 다 아는 이야기라는 자만으로 아이의 쫑알거림을 건성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던 날들.

아이는 나의 세계를 이토록 세심하게 관찰하고 보듬어주고 있는데, 정작 나는 아이가 봐달라는 눈빛을 외면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됐다.

아이가 내게 사주겠다던 그 많은 것들보다 더 값진 선물을 난 이미 받은 거나 다름없다. 나를 향한 아이의 온전한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말이다.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의 말을 경청하자.
​잘 잊어버리는 엄마라고 생각하겠지만 잘 기억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짠 선물 하자.
사소한 말 한마디도 그냥 넘기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하지 않도록.


셋별아, 엄마가 한 말을 소중히 여겨줘서 고마워. 엄마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기분이야. ♡
근데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 알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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