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봄이건만 움츠렸던 겨울 뒤에 오는 계절이라 그런지 꽃을 보면 마음이 살랑살랑하고 두근두근 설렌다. 이런 마음은 나만이 아니었는지 벚꽃길을 걷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시간대에 맞춰 다시 벚꽃길로 나갔다. 팝콘처럼 터진 벚꽃 아래서 지인들과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사진 속에는 활짝 핀 꽃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는 네 명의 사람이 있었다.
저녁시간, 남편에게 슬쩍 사진을 내밀었다.
"누가 제일 예뻐?"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질문을 던진 내 마음속에도, 그리고 그 질문을 받은 그의 머릿속에도. 남편은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신이 제일 예쁘지.
당연하지.”
예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던 건 당연하다. 늘 나에게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는 남편 덕분에 내 기분이 더욱 좋았던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당연하다'는 말이 참 든든하게 들렸다. 어떤 모습이든 내 편이 되어주겠다는 확신 같기도 하고, 내 존재를 통째로 긍정받는 기분이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주는 힘이 생각보다 세서, 한동안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왜 당연한 말에 인색할까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나의 보물인 아이들. 그건 의심할 여지없는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오늘 숙제는 다 끝냈어?”
“휴대폰은 이제 그만하고 이제 좀 씻자.”
아이의 존재 자체가 주는 기쁨보다는, 아이가 해야 할 의무를 당연시하며 채찍질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아릿해졌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
네가 있어 행복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처럼 정말 중요한 ‘당연한 말’들은 마음속 깊이 숨겨둔 채 지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남편이 나에게 해준 것처럼 당연하지만 잘 꺼내지 않는 그런데 들으면 기분 좋은 당연한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곁에 있어 주는 가족,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는 지인들. 그들이 내 곁에 있는 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풍경이 되어버려, 고맙다는 인사를 생략하며 살고 있구나.
당연한 사실을 다정한 목소리로 확인받을 때, 사람의 마음은 비로소 안도하고 다시 피어난다. 벚꽃은 금세 지고 말겠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건넨 이 당연한 진심들은 마음속에서 지지 않는 꽃이 될 테니까.
나는 네가 잘 될 거라 믿어.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