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없는 대로 살고, 있는 대로 만족하며,
현실에 큰 불만없이 더 나아가려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이 넘었을 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됐어. 이걸로 충분해.’
손글씨와 캘리그라피를 좋아해서 꾸준히 써왔지만,
그걸로 자격증을 따거나 수익을 내야겠다는 마음은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저 좋아서, 그냥 쓰는 사람이었다.
올해는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었고,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실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시험을 보러 가지도 않았다.
‘나는 이쪽은 아닌가 봐…’ 그렇게 스스로 선을 그었다.
지금도 괜찮다.
이대로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재경 작가님의 <커리어 가드닝> 속 책 구절을 만났다.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하는 정원입니다.'
나는 늘 씨를 뿌리기만 하고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살아왔구나,
불평불만 없이 사는 건 좋은 일이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인스타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고,
누군가는 손글씨로 수익을 내고 있고,
나는…
처음 호기롭게 시작했던 자격증 실기조차 보지 않고 끝내버렸다.
그런 나에게, 아주 작지만 분명한 마음이 생겼다.
“나도 끝까지 가보고 싶다.”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보고 싶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보다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
좋아하고, 꾸준히 해온 것.
하나하나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바로 이거!
그렇게 난 ‘브런치 작가’라는 열매를 맺게 되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커리어는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하는 거니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 그렇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릴까?
— 그렇다.
혹시 나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지금도 난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서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내 안의 작지만 선명한 간절함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그 간절함이, 결국 나를 어디론가 이끌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