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관객

by 무명


모든 사람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모두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열심히 연기할 때 나만 배역을 박탈당한 기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몸짓과 말들이 이제는 낯설게 돌아온다. 사람들의 몸짓은 속임수 같고, 다정하게 건넨 말은 계산된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무례한 사람의 제스처는 날것의 폭력처럼 내면의 질서를 난도질하며, 정신을 지탱하던 마지막 지지대를 무너뜨린다.


배역을 잃어버린 나는 무대에서 가장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 무대를 어지럽히는 불청객인 나는, 차가운 바닥에 함부로 버려진 영수증보다 못한 존재가 된 것 같다. 시선은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말은 잘못 삼킨 짐승의 뼈처럼 가로질러 박혀 나오지 않는다. 무대의 오물이 되어 버린 나는 이제 무엇을 바라는가. 타인의 박수를 갈구하며 새로운 배역을 구걸할 것인가, 아니면 연극 자체를 침몰시키는 거대한 균열이 될 것인가. 하지만 나를 깊이 들여다봤을 때, 내가 진정 갈망하는 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화요일 연재
이전 04화참회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