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기 주식 투자의 경험②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첫 주식으로 ‘리츠’를 산 건 순전히 멋을 부린 것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하지 않을 테야라는 자의식. 남들보다 실력이 못하면 실력을 키우는 게 먼저인데, 그냥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것.
그건 ‘신 포도’ 심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건 곧 가격이 떨어질 거라 믿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건, 잘 모르고 그냥 줄을 섰다고 생각했다. 그들보다 내가 더 무지했건만 나는 줄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현명하다 생각했다. 참 어이없는 논리였다.
‘리츠’ 관련 상품도 여러 개였는데, 그 중 뭐가 제일 나은지 판단이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없는 걸 골랐다. 그것도 역시 비슷한 심리였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안목이 있을 거라 판단했고, 그 판단을 믿었다.
아무 알맹이도 없으면서 알맹이가 있다고 포장에 포장을 한 것에 불과했다. 끝없이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빈 통에 빈 통에 빈 통을 뒤집어씌운 논리구조였다.
역시 빈 알맹이는 오래 갈 수 없었다. 정확히 하루가 지난 뒤 카카오 주식을 샀다. 남들이 다 하는, ‘국민 주식’이라 불리던 카카오를 샀다. 남들 다 사는 주식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은 만 하루를 채우지 못했다.
빈곤한 논리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지만 나는 ‘양 날개 이론’을 만들어냈다. 새는 양 날개로 균형을 잡는 것처럼 나 또한 남들이 다하는 주식과 나만의 주식, 두 날개로 균형을 이루겠다는 것. 한 꺼풀만 벗겨보면 말장난에 불과했다.
카카오는 열심히 위를 보고 올라갔다. 제자리 걸음 중인 리츠와는 달랐다. 4일 뒤 카카오 주식 몇 개를 더 샀다. 운동을 하던 중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목욕을 하고 나오자 마자 주식계좌를 들여다봤다. 카카오는 그 동안에도 열심히 계좌를 불려놨다. ‘더 살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곧바로 카카오 몇 주를 더 샀다.
카카오 비중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나의 정체성은 흔들렸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나의 투자방식을 만들어서 가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 비중이 커지자 남들 뒤를 ‘졸졸졸’ 잘 따라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 잘 보였다.
여기서 좋은 선택은 내 실패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 이미 앞서가는 이들에게 한 수 배우겠다는 겸손함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실패와 과오를 인정할 만큼 솔직하지도 용기있지도 못했다.
리츠에 대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으며 단지 종목 선정에서 조금 오류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리츠 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파는 ○○○○리츠를 새로 구매했다. 나는 여전히 ‘두 날개’로 날았고, 이 판단이 끝내는 맞을 거라 확신했다.
☞ 잠깐 여기서 공간과 시간 이동을 해보자. 내가 이 글을 쓰는 시기는 3월 4일 오후, 컴퓨터 앞.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한 뒤 한국주식시장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와중이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나는 6년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그 때와 똑같은 논리로 나를 방어하고 있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나아진 상태로 이 위기를 잘 헤쳐가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중이다.
사실 너무나 얄팍한 투자관을 가진 나에게 양 날개는 너무 우아했다. 종목 두 개로 만족할 수 없었다. 정보는 많았고, 귀는 팔랑거렸다. 손은 참 가벼웠다. 코로나19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코로나19 이후를 상상했다.
그렇게 하나투어를 샀다. 뭐니뭐니해도 대장주를 사야지, 라고 생각했다. 여행업계 1위가 하나투어라는 것쯤은 알았다. 양 날개에서 이제 3날개 체제로 변신. 3날개는 참 괴이한 형태였지만 나는 아랑곳없었다.
3날개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였다. ○○○○리츠를 계속 사면서 비중을 맞췄고, 하나투어 또한 비중을 맞췄다. 열심히 빨간 불을 보이는 건 카카오 하나 뿐이었다. 전체 계좌가 빨간 뿔인 건 오로지 카카오 덕분이었다.
3날개를 달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건 단 하나의 날개였다. 카카오가 근육질 날개를 뽐내며 열심히 비상할 때, 나의 리츠와 하나투어는 깁스를 한 채 파들거렸다.
그렇지만 내 관심사는 일하지 않는 나머지 두 날개를 향했다. 카카오는 큰 수익을 주고 있었지만 별 고민없이 구매했고, 나머지 두 날개를 나름 고심해서 선택했다.
수익에 따라서 애정을 줘야 했건만, 나는 내 고심도에 따라 애정을 쏟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태였다.
하지만 나는 인내심이 없었고, 그 인내심 한도는 딱 한 달이었다. 날갯짓을 못하는 날개는 결국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한 달만에 하나투어를 매도했다. 다시 양 날개 체제. 5월엔 ○○○리츠를 완전히 정리하고, ○○○○리츠만 남겼다.
그 동안 열심히 들락날락거렸지만 모두 실패. 엉망진창 투자였지만 계좌는 여전히 빨간 불이었다.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개짓을 한 유일한 날개, 카카오 덕분이었다.
※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대폭락 중이다. 역사를 통해 지금을 살펴보는 것처럼 2020년 코로나 대폭락장 때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지금 장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