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기 주식 투자의 경험③
2월에 주식계좌를 할 때만 해도 얼마나 갈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성질 내며 주식앱을 지웠을 수도 있었다. 어느새 상반기가 끝나고 있었다. 주식계좌는 여전히 빨간 불. 단순 수익만 놓고 보면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카카오란 한 날개 덕분이었다. 그것도 남들 다 하는 주식이라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종목이었다. 내가 나름대로 고심하고 판단한 종목들은 그 뜨거운 시장에서도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런 공포의 헛다리가 없었다. 종목 선정도 엉망이었고, 매수 타이밍도 엉망이었다. 팔지 말지도 제때 판단 못했고, 팔아야 할 종목에 물을 타서 손실만 키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처참하게 끝내야 할 주식활동은 카카오 덕분에 생명을 이어갔고, ‘내가 꽤 잘하네’란 착각까지 심어줬다.
카카오 외에 수익을 내는 종목을 더 발굴하고 싶었다. 6월 1일 세상은 택배경제 세상이었다. 집밖을 나서는 게 두려웠다. 모든 물건은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집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온라인경제에 어울리는 종목들만 날아올랐다. 카카오는 그 중 대장이었다. 관련 종목은 많았다. 골판지 회사들은 택배상자를 만드느라 공장 풀가동이었다. CJ대한통운도 그 중 한 곳이었다. 택배회사중 대장이 CJ대한통운이었다.
1년 내내 내 투자패턴은 비슷했다. 소문이 쌓이고 쌓이고, 뉴스가 쌓이고 쌓이는 가운데 고심하며 종목을 골랐다. 항상 꼬리를 잡았다. 신중하다 하면 그건 그야말로 듣기 좋은 포장이었다. 결정 장애였고, 뒷북을 치는 것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벌어진 2020년 전체 시장은 매우 뜨거웠지만 순환매가 매우 심했다. 이 종목이 좀 오른다 싶으면 금세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고, 소문난 종목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빠른 판단이 어느 시기보다 필요했다.
나는 굼떴고 판단력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을 샀다. 참 좋은 회사였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막상 사놓고 보니 날갯짓이 시원찮았다. 또 눈을 돌렸다. 세상에 떠들썩한 종목은 많았다. 수많은 종목 중 LG화학 매수버튼을 눌렀다.
2020년은 이미 먼 과거니 나는 이미 결론을 안다. 이해 나는 모두 22개 종목을 보유했다. 3날개가 아니라 22날개였던 셈이다. 날개를 머리로 바꾸면 전설 속 괴몰 히드라와 다를 바 없는 모양새였다.
☞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6년 3월 6일이다. 6년이나 지났다. 그 시간만큼 나는 공부가 더 됐을까. 내 계좌에 지금도 히드라가 자라고 있지는 않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 수많은 날개 중 제대로 난 건 단 2개. 카카오와 LG화학. 2020년을 그나마 버티게 해 준 한 축인 카카오를 2월에 만났다면, 또다른 축인 LG화학을 6월에 만났다. 장비, 관우를 만난 유비의 심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3날개 중에서 가장 애정을 들인 핵심 중 핵심, 나의 본체, 나의 심장이던 리츠를 6월 18일 마침내 정리했다. 이로써 나의 정체성은 허물어졌다. 신기루뿐인 정체성이었지만 말이다.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다 해야 할까. 덩치는 컸고, 날지는 못했다. 계속 파란 불인 종목을 들여다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파란불 가득한 종목 하나를 덜어내자 전체 계좌가 예뻐졌다.
파란불 하나를 정리하자 통장에 종목을 더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건만 이제 제대로 하겠다고 결심했다. 뭘로? 가장 중요한 건 태도다. 항상 내가 문제다. 내 태도와 관점을 바꿔야 하지만 종목 선택이 문제였다고 잘못 진단한다.
그래서 항상 헛다리다. 6-7월이 되자 포트폴리오가 어지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솟구치던 상승곡선이 살짝 완만해졌고, 인기 종목은 더 빠르게 자리 바꿈을 했다. 나는 항상 꼬리만 잡았고, 어쩌다 운이 좋다 미리 자리를 잡았다가도 때가 오기 전에 일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종목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고, 믿음은 얄팍했다. 소문에 쉽게 흔들렸다. 농심, NAVER, 셀트리온, 메디톡스, CJ제일제당, 디엔씨미디어 등 주식방송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주식들을 대거 매수했다.
돌고 돌아 결국 답은 한결같았다. 내가 문제였다. 그 사실을 그 당시엔 나만 몰랐지만. 6-7월 매수한 종목 중 어느 한 종목도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잘못된 공식을 갖고 있으면 정답이 나올리 없다. 오답노트를 열심히 들여다봤자 쏟아지는 건 결국 오답이다. 어쩌다 정답이 나와도 그게 정답인지 오답인지 판독할 능력이 없다. 정답인지 오답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매수 버튼 누르기는 멈추질 못했다.
7월 31일 드디어 대한민국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샀다. 삼성전자를 외면한 건 역시나 고집이었다. 남들 다 하는 건 안하겠다는 고집. 내 소신대로 하겠다는 고집. 알맹이 없는 고집이었으니 사실 아집이었다.
깊이 없는 아집이었으니 실적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네가 어쩌겠어, 남들 다 하는 것 해야지’라는 속삭임 속에 삼성전자를 샀다. 삼성전자를 살 때 걱정을 살짝 하긴 했다.
하늘에서 틀림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 내가 사면 떨어뜨리고, 내가 팔면 올리는 장난을 하늘에서 치고 있을 것 같았다. 근거 없지가 않았다. 매번 그랬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였다. 잘 오르던 삼성전자는 내가 사자마자 옆으로 기기 시작했다. 분명 독수리라고 생각했는데, 옆으로만 기는 ‘꽃게’였다. 독수리 대신 꽃게를 사다니. 그해 삼성전자를 사고 수익을 거두지 못한 참으로 몇 안되는 사람 속에 내가 포함될 것이다.
8월 들어 포트폴리오는 더 복잡해진다. GS건설, 호텔신라, 원익피앤이, 미래에셋증권 등이 내 계좌에 들어왔다. 2날개니, 3날개니 하던 건 이미 먼 과거가 됐다. 이제 나는 날개 달린 히드라였다.
※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대폭락했다. 코로나19를 넘어 미국 쌍둥이빌딩 붕괴 때 충격 이상 가는 하락이었다. 이틀 신나게 내리막을 타던 한국 주식시장은 세 번째 날 로켓이라도 쏘는 것처럼 날아올랐다. 지금 주식장은 무척 어지럽다. 정신 바짝차리지 않으면 계좌 털리기 딱 좋다. 과거 경험을 되짚어보며 지금 장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