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주식, 결과는 '배신'

코로나19시기 주식 투자의 경험④

by 이야기보따리

처음에 코로나19 소식을 들었을 때 몇 달 만에 끝날 줄 알았다. 감기 비슷한 거라 생각했다. 금세 백신을 만들어서 해결할 줄 알았다. 몇 년이나 갈 줄 그땐 아무도 몰랐다.


2월에 시작한 주식을 3년이나 하게 될 줄도 역시 알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서자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뭔가를 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게 이득이라는 걸 살짝 깨달은 것이다.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를 때마다 수익은커녕 손실이 생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손실이 생기지 않았다. 카카오와 LG화학은 여전히 기분 좋게 계속 수익을 냈다.


더 이상 매수도 매도도 하지 않은 상태로 1년을 마감했다. 가장 큰 수익을 낸 카카오와 LG화학은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2020년 주식시장을 운영하면서 유일하게 잘 한 일이 그것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패착이었고 실수였다.


한 해를 마감하니 실현손익이 –4만3564원. 사실상 본전이었다. 계좌엔 여전히 평가손익이 높았다. 아직 매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현손익에 잡히지 않았을 뿐 계좌는 기분 좋은 상태였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영원히. 빨간 불 상태인 계좌는 보기만 해도 좋았다. 확인할 때마다 조금씩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기분 좋았다. 내 마음 속에 카카오와 LG화학은 연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관심 밖이었던 둘에게 나는 어느샌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영원히 너희를 팔지 않을 거야. 나랑 평생 함께 하자.’


주식은 사랑을 속삭일 수 없는 물건이다. 참으로 변화무상하고 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연인이 아니라 강도로 돌변한다.


2021년 LG화학이 그 변화를 시작했다. 한 해동안 LG화학 물적분할 이슈가 뜨거웠다. 지금 2차전주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내에 있었다. LG화학은 원래 2차전지 회사였다.


LG화학은 그동안 열심히 번 돈으로 2차전지를 키웠고, 마침내 세계 최고 회사를 만들어냈다. 그건 오로지 LG화학의 공이었고, LG화학 주주들도 2차전지의 성공을 기뻐했다.


그런데 물적분할이 되고, LG화학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들었다. 애널리스트라 불리는 주식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열심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어려운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했다. 결론은 ‘일단 지켜보자’였다. 내가 바랐던 건 사실 ‘안심’이었던 것 같다. ‘LG화학을 팔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하는 말 중 그런 늬앙스의 말에 특히 귀를 기울였다.


‘확정편향’이었다. 믿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믿고 싶은 대로 받아들였다. 2021년 100만원을 넘어가며 LG화학은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나는 부지런히 추가 매수를 했다. 어느새 전체 계좌에서 LG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나 또한 황제가 된 기분이었다.


계속 들리는 물적분할 뉴스가 기분 나빴지만 기다리면 좋은 날 올 거라 믿었다. 12월 30일 LG화학 주가는 정확히 61만5000원을 찍었다. 40%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LG화학만 배신을 한 게 아니었다. 카카오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카카오는 시가총액 64조를 돌파하며 국내 주식시장 3위로 올라섰다. 인터넷플랫폼 업종 대장주는 네이버가 아니라 카카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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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또한 LG화학과 비슷한 이유로 인기를 끌었다. 인기 자회사 상장 계획을 밝히며 주목을 끌었다. LG화학이 2차전지 한 종목이라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게 큰 차이였다.


2021년 카카오 자회사는 100개에 달했다. 자회사 100개가 모두 로또복권처럼 느껴졌고, 그 때문에 개인들은 돈이 생길 때마다 카카오 주식을 샀다. 2021년 6월 25일 카카오 주가는 17만3000원을 기록했다.


그 때가 정점이었음을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떨어질 때마다 매수 기회라 생각했고, 그 믿음은 그 해 말까지 이어졌다. 나 또한 계속 카카오 주식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다 카카오, LG화학과 사랑에 빠진 덕분이었다.


6월 25일 17만3000원을 기록한 카카오 주가는 그해말 11만2500원을 찍었다. 35%가 깜쪽같이 사라졌다. 그때도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지금이 바닥이야. 지금 더 들어갈 때야. 기회야. 기회’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말을 많은 전문가들이 했지만, 나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해 말이 지나자 양 날개가 이미 처참하게 부러진 상태였다. 똑같은 상태였지만 나는 엇갈린 전망을 했다.


LG화학은 이제 끝났지만 카카오는 기회다. 지금 바닥을 다지는 상태다. 카카오를 믿고 더 투자하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릴 것이다. 분석이나 전망이라기보다는 맹목적인 믿음일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믿음을 전망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눈물을 머금고 그 해 LG화학을 모두 처분했다. 그해 카카오까지 처분해야 옳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전히 빨간불인 카카오 계좌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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