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년 주식, 결과는 '씁쓸'

코로나19시기 주식 투자의 경험⑤(끝)

by 이야기보따리

2021년 실현수익은 740만2785만원이었다. 달콤한 액수였지만 사라져버린 40%가 아른거려 속이 쓰렸다. 카카오 수익까지 고려하면 사라져버린 액수는 훨씬 더 컸다. 실현되기까지는 내 것이 아니라는 말이 맞았다. 그 동안 눈 앞에 보인 숫자였을 뿐 수익은 아니었다.


내가 사랑한 건 수익이 아니라 숫자였다. 숫자를 사랑하며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고 매도를 하지 못했다. 수익실현은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이었다. LG화학을 정리하니 남은 계좌가 휑했다. 빨간 불이 아니라 파란 불이었다.


2022년이 됐다. 이 해에 그야말로 큰 실수를 한다. 파란 계좌를 만회하기 위해 본격 복구작업에 나섰다. ‘손실 최소화’라는 목적을 떠올렸어야 했다. 손실을 받아들였어야 했다. 참으로 무모하게도 큰 수익을 거둬서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만큼 더 열심히 분석하고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책을 본다고 똑똑해지는 게 아니다. 열심히 뛴다고 운동을 잘 하는게 아니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할 때 실력이 는다. 양과 질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았어야 했다.


더 열심히 리포트를 찾아보고 더 열심히 경제방송을 들었다. 두툼한 노트를 만들어서 종목분석을 했다. 노트 한 권이 종목분석으로 빼곡했다. 복구하겠다는 조급함은 공부의 양이 더해지면서 가장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겨누었다.


그 해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915만9002원. 그 전해에 740만원 가량 번 건 장난처럼 사라졌다. 사실 누적된 손실이었다. 실수가 쌓이고, 잘못된 판단이 쌓이고, 그릇된 믿음이 쌓이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집이 쌓인 결과였다.


코로나19 3년 동안 열심히 주식시장에 머문 결과는 최종 179만 9781원 손실이었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장렬한 전사. 모든 걸 다 잃고 결국 주식시장에서 철수했다.


2022년 3월 18일 새로운 일상을 위한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사적모임 제한이 사라졌고, 집합이나 모임, 행사제한도 사라졌다. 영업시간 제한도 사라졌다. 마스크 가득한 코로나19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상이 다시 찾아왔다.


지난 3년간 뛰어들었던 주식시장도 코로나19 일상 복귀와 함께 막을 고했다. 빼곡히 기록했던 주식노트는 어딘가로 사라졌고, 통장은 텅 비었다. 지난 3년간 나는 뭘 배웠을까. 배우긴 했을까.


지난 봄 나는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횡보장에서 나름 선방하며 찔끔찔끔 수익을 거뒀다. 여름이 지나자 시장이 갑자기 달라졌다. 미풍이 아니라 강풍이 부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돌다리를 두드리며 조심조심 건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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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최소화’ ‘종목 최소화’ ‘매수 매도 최소화’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려 애썼다. 그동안 꾸준히 수익을 올리던 종목들이 어느 순간 브레이크를 건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당황스러웠다.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했다. 몇 달 동안 지켜봤다. 횡보장에 맞게 운영하던 이 패턴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몇 달 동안 지켜본 결과 지금 방식을 고수하면 수익이 생기지 않는 건 분명했다.


세상이 바뀐 걸 받아들여야 했다. 체질을 바꾸는데 몇 달이 걸렸다. 겨우 바뀐 세상을 받아들이고 종목을 싹 갈았다. 체질개선은 성공했다. 제자리에 멈춰선 계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좌가 깜빡깜빡 빨간불을 비췄다.


쭉 평온했다. 무빙워크에 몸을 실은 것처럼 주식은 나를 편안하게 모셨다. 이럴 때는 엉뚱한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엉뚱한 짓을 하지 않았다.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찔끔찔끔 조금씩만 비중 조정을 했다.


세상은 다시 한 번 나를 시험했다. 2월 26일 코스피는 6307.27을 기록했다. 한국 주식장은 너무나 뜨거웠지만 이란 땅에선 전쟁 기운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전쟁이 일어나면 주식장에 타격이 올 게 뻔했다. 3월 1일 눈을 뜨자마자 폰을 켰다. 이란 전쟁 소식을 살폈다. ‘하메네이 사망’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랐다. 어딘가에서 일부 공습 정도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란 제1인자 사망이라니.


이틀 뒤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다. 분명히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어떡하지. 일단 지켜보자. 예측하지 말고 상황이 벌어지면 그때 생각하자. 아니었다. 미리 분명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없이 닥쳐서 생각하겠다고 생각한 나태함은 똑똑하게 계산서를 내밀었다.


28일과 3월 1일, 3월 2일, 3일이 휴일이었다. 휴일 기간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다. 주식시장이 떨어질 건 알았지만 깊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3월 3일 –7.24%가 떨어졌다. 다들 ‘헉’ 했다.


생각보다 너무 떨어졌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다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이튿날엔 반등을 시작할 거라 판단했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3월 4일엔 –12.06%나 떨어져 5093.54를 기록했다. 주말을 빼면 이틀 사이에 20%가 사라졌다.


내 계좌도 반토막이 났다. 역사상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폭락이었다. 나는 허둥댔다. 평소 갖고 있던 ‘손실라인’은 지금 상황에 걸맞지 않았다. 사실은 그 손실라인을 지켰다면 첫날엔 팔고, 둘째날엔 샀어야 했다.

나는 우왕좌왕했다. 매수와 매도 버튼을 엉뚱하게 눌렀다. 세 번째 날 한국 시장은 정확히 9.63% 오르면서 절반은 손해를 회복했다. 엉뚱한 판단 덕분에 마지막 날의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20%가 고스란히 내 몫이 됐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운다지만 과거는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항상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운다지만 좀처럼 학습이 힘든 이유다.


긴 시간 실패가 누적됐다면 결국 난파선이 됐겠지만 다행히 내 실패는 이틀간의 우왕좌왕으로 끝났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변동성은 언젠가 또 올 것이다. 실패가 학습이 되기 위해선 지금을 잘 기억해야 한다.


주식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주식은 내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행위다. 내가 돈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손에 돈이 쥐어지기 전까진 모른다. 나는 돈에 무심한 편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주식을 하게 되자 그런 생각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숫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초연할 수 없었다. 다른 종목이 더 큰 플러스를 기록할 때 역시 초연할 수 없었다. 계좌가 빨간불을 기록하고 파란불을 기록할 때마다 심장은 두근거렸다. 나란 사람은 참 가벼웠다.


평생 예수의 기적을 본 베드로도 마지막날 세 번이나 배신한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 나란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그 상황이 될 때까진 전혀 모른다. 결국 주식은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큰 흔들림이 왔을 때 똑같이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진 않을 수 있다. 무너지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번 대폭락과 대폭등이 오고가는 장에서 나는 나의 허약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에도 실패. 결국 실패를 인정했다.


나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중이다.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지금부터 새로 시작이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전체 비중을 줄이고, 종목을 재편했다. 현금을 50% 이상 확보했다. 이번 장이 나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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