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 2020년 2월, 주식을 시작하다

코로나19시기 주식 투자의 경험①

by 이야기보따리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 전염병이 발생했다. 이 소식은 1월초가 돼서야 국내에 전해졌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 중국에 지인이 있는 사람을 통해 소문은 ‘스물스물’ 퍼지는 중이었다. 1월 8일 뉴스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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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은 컸다. 뉴스가 하루 종일 이 새로운 질병을 소개했다. ‘새로운 질병’ ‘전염병’ ‘역대 가장 빠른 속도’이란 단어들이 주는 공포는 컸다. 얼마나 피해를 입을지 알 수 없는 병이었고, 전파경로도 정확하지 않았다.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 알려지자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워했다. 다들 집에 있는 마스크를 찾았다. 없었다. 약국으로 달려갔다. 약국에서 마스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들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약국 문을 두드렸다.


코로나19 소식이 전해진지 불과 1-2주 만에 마스크 대란 현상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대신할 천을 만들어서 쓰고 다니는가 하면 그것도 불안해서 누군가는 방독면을 쓰고 다녔다. 설날 세뱃돈 대신 마스크를 주는 어른은 박수를 받았다.


홈쇼핑에서 마스크를 팔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 상품이었다. ‘마스크 판매’라는 문구가 올라가면 채 10분이 되지 않아 완판됐다. 이리저리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 판매한 것도 모르는 시청자가 대다수였다.


신종 전염병이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다들 꺼려했다. 1월 26일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을 돌파했다. 공포심리는 중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교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이 충북 진천에 격리된다고 하자 지역에서 난리났다. “우리 지역에 못들어온다”며 반대 플래카드를 걸었다.


세상이 흉흉해지자 이를 부채질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사망자 관련 문자가 만들어져 여기저기 떠돌았다. ‘동영상 절대 열지 마세요’ ‘코로나19 스팸, 문자 확산’이란 기사가 쏟아졌다.


2월 2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됐다.


세상은 곧 망할 것처럼 시끄러웠지만 생각보다 주식시장은 평온했다. 2019년 12월 27일 코스피는 2204.21이었다. 1월 내내 세상은 코로나19로 떠들썩했지만 2020년 2월 14일 코스피는 2243.59였다. 큰 차이가 없었다.


‘전염병과 주식시장은 큰 차이가 없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 이 전염병의 성격과 파괴력이 어느 정도 확인되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너무도 빠르게, 너무나 뜨겁게.


불과 한 달이 지난 3월 20일 코스피 지수는 1566.15를 기록했다. 3월 19일 하루는 장중 1500선까지 무너졌다. ‘별 일 없나’ 하며 주식수를 전혀 줄이지 않던 사람, 이때가 기획인가 하며 오히려 주식수를 늘린 사람은 탄식을 내뱉었다.

코로나19대폭락.jpg


한 달 만에 계좌에서 평균 33%가 사라졌다. 평균이 그렇다면 6-70%가 사라진 사람이 수두룩했다는 뜻이다. 끔찍한 일이었다. 다들 갑자기 텅 빈 계좌를 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파랗게 변한 계좌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매도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앱을 지웠고, “주식 따위는 다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다.


누군가는 그 와중에 현금을 움켜쥐고 열심히 계좌를 들여다봤다. 기회를 노리는 맹수들이었다. 1500 아래를 터치한 그 때가 바닥인 걸 아무도 몰랐다. 그 때부터 주식시장은 반등을 시작했다. 떨어진 것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반등하기 시작했다.


사실 2월부터 오르는 종목들이 있었다. 마스크 관련 종목들이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택배수요가 증가하면서 골판지 회사들도 수직 상승했다. 주식시장이 붕괴해도 모든 기업의 날개가 꺾인 건 아니었다. 세상이 변하면 변화에 적응하며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그 흐름을 읽은 사람들은 돈을 벌었고, 그 흐름을 외면하거나 오해한 이들은 돈에서 거리가 멀어졌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못할 때 ‘주식 시장 앞으로 돌격’ 한 사람은 참으로 냉정한 사람들이었다.

건물이 불타고 있을 때 단 한 사람만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다. 소방관들이었다. 그들은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기꺼이 불 속에 몸을 던진다. 긴 주식시장의 역살을 돌이켜보면 폭락장을 지켜보다 냉정하게 진입한 사람들 또한 소방관과 비슷한 부류들이었다.


내 귀에도 2월초부터 귀가 따갑게 주식 소식이 들려왔다. 운동을 하면서 경제방송을 즐겨들었다. 경제방송에선 주식 소식이 주를 이뤘다. 네이버 창을 켜면 코로나19와 함께 주식 폭등 소식도 종종 들렸다.


귀가 간질간질했다. 주식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계좌도 없었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운동을 하면서 계속 딴 짓을 했다. 런닝머신을 하다가 폰질, 턱걸이를 하다가 딴짓, 아령을 들다가 딴짓이었다. 어느 순간 딴짓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남들은 이 순간에도 계속 좋은 종목을 찾아내고 있을 것 같았고, 그 대열에 나도 올라타고 싶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뒤처지면 안된다는 불안감과 함께, 나도 곧 이 대단한 대열에 올라탈 거란 희망감이 마음을 동요시켰다.


2월 19일 드디어 못참고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처음 무엇을 살 지가 고민이었다. 주식 신생아인 내가 보기에 종목이 너무 많았다.


다 좋아 보였고, 다 불안했다. 좋아보이는 이유도 가득이었고, 불안한 이유도 가득했다. 경제방송을 들어도, 경제기사를 읽어도, 보고서를 읽어도 헷갈리는 마찬가지였다. 계좌는 만들었으나 좀처럼 선택을 못했다.

코로나투자.jpg 2020년 드디어 주식계좌를 개설했다.(Ai가 만든 이미지입니다.)


삼성전자? 아니야 그건 너무 흔해. 카카오? 너무 남들 따라 하는 것 같잖아. 삼성바이오로직스? 좋아보이긴 한데, 어떤 기업인지 잘 모르겠어. 본 적도 없고. 대한항공? 요즘 오른다는 소식은 들리는데, 왜 오르는지 잘 모르겠어. 여행하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야.


긴 고민 끝에 마침내 선택을 마쳤다. 첫 선택은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였다. 소액으로 큰 빌딩 주인이 된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남들이 다 하는 인기 주식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르고 싶었다. 나만의 환상에 갇혀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면서 드디어 코로나19배 주식대회에 드디어 몸을 실었다.



※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대폭락 중이다. 역사를 통해 지금을 살펴보는 것처럼 2020년 코로나 대폭락장 때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지금 장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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